■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 감상
정기 적금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첫 달부터 꼬박꼬박
생긴 대로 저축했더니
열 배로 굵어져
만기일 다가오고
_ 권오숙
권오숙시인
서울거주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강동시회 회원
동인지 푸른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공저
제 큰아이가 첫 취업을 했습니다
월급을 타면 무조건 반은 적금을 부어야 한다고 했더니 대뜸
'엄마 요즘 누가 적금을 넣어요 이자도 없는데
주식이면 몰라도'이럽니다.
돈을 모으는 방법으로 은행에 적금을 들어 모으는 방식에 익숙한 저는 펄쩍 뛰었지요 억지로 아이를 거래 은행에 데리고 가서 적금 가입을 시켰지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금은 목돈을 마련하고 살림을 불리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지요.
모은 적금으로 집도 장만하고 땅도 사고 결혼도 했었지요
돈이 풍족해서 여분을 모은 것이 아니라 적은 금액을 쪼개 규모 있는 살림을 해야 가능한
일이 은행에 적금을 붓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로이자 시대에 적금은 영 재미없는
구닥다리 재테크 방식 입니다
오늘 시인은 '동글랑은행나무'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주위에서 자주 만나 왔던 은행나무와는 조금 다릅니다
은행알이 포도송이처럼 열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꽃 하나에 하나씩 열리는 일반 은행
보다 훨씬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저 은행알처럼 이자가 주렁주렁 열려 살림에
보탬이 되는 적금은 이제 없겠지요
지난 오월 만기가 된 적금을 환불받은 제 큰아이가 이런 말을 해요
'이자는 조금 나왔지만 억지로라도
적금을 들었더니 목돈이 생겼네요 어머니 해지 하고 싶은 순간이 지난 일 년 동안 스무 번도 더 들었었는데 해지 안 하기를 잘 한 거 같아요'
저는 적금이라는 기능이 단지 돈을 모으는 것 만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시인이 언술했듯
어려워도 기일을 지키며 꼬박꼬박 모으는 방식은 곧 성실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소망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는 일입니다.
적금 들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 할 분들 있겠지만 우리가 언제 남는 돈 가지고
적금 부었습니까?
(글 구수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