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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시의 정원](55) 꽃 피면 혼자 웃고
[양순진의 시의 정원](55) 꽃 피면 혼자 웃고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7.17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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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선 시인
김철선 시인
▲ 김철선 시인 ⓒ뉴스라인제주

꽃 피면 혼자 웃고

    
김철선


백팔계단 올라
자욱한 안개 굴사
촛불 켜 무릎 꿇고
백팔 배 드려도
잔잔히 미소만 짓는다

하늘가 형제섬이
안개에 젖어
허공에 뜬 나를 본다
억겁 시린 세월
가슴으로 산다
눈비 올 때 혼자 걷고
꽃 피면 웃어라

산문을 나섰다
벚꽃 어지러이 떨어지는 세상
물은 부질없이 흘러간다


-<아지랑이 꽃핀 자리>, 서울문화사 , 2019
 

양순진 시인
▲ 양순진 시인 ⓒ뉴스라인제주

토요일 아침 정다운 새 소리 카톡카톡, 대정현문학 단체 카톡이다. 열어보니 김철선 회장님의 '외돌개, 걸메공원, 법화사 연꽃' 사진이 회원들에게 전해진다. '심심 소일로 찍은 폰 사진입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이렇듯 가끔 회원들에게 보내온 사진들은 대부분 서귀포 풍경, 꽃 사진 등이다. 꽤나 수준급이다. 그 사진만으로도 시인의 정서가 드러난다. 아니 시심이나 인생관이 깊게 스며 있다. 위의 시 '꽃 피면 혼자 웃고'처럼 늘 혼자 카메라 매고 제주 구석구석을 헤맨다. 그것이 시인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중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셨던 시인은 묵묵히 숫자와 싸웠던 것처럼 학구파 마냥 묵묵히 시를 찾아 탐색한다. 절대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에게 있는 자료, 사진, 문헌 등은 아끼지 않고 모두에게 제공한다. 그것 또한 시인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첫 시집 '아지랑이 꽃핀 자리'를 음미하는데 깜짝 놀랐다. 이 시집에는 제주의 풍경, 자연, 농촌, 동물, 식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정팔경'에 대한 세세한 표현 말고도 부록으로 '이재수의 난'과 '제주4.3사건'에 대해서도 실려 있다. 자신의 오랜 꿈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에 대한 깊은 배려다. 이것 또한 시인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궁극적 삶의 목표가 뚜렷이 드러난다.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시인은 거주지 서귀포에서 가까운 사계리 산방굴사를 찾는 듯하다. 부처를 바라보며 염화미소를 느끼고, 바다를 내려다 보며 이심전심을 깨닫는다. 혼자이기를 자처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인간보다는 신과 자연에게서 설법을 듣는다.

그리고 독백처럼 자신에게 말한다. '벚꽃은 어지러이 떨어지'고 '물은 부질없이 흘러'가도 '눈비 올 때 혼자 걷고 꽃 피면 웃어라.' 즉 이 시는 다음 두 줄로 축약할 수 있다. 아니 이 시집을 다음 두 줄로 압축할 수 있다.

눈비 올 때 혼자 걷고
꽃 피면 웃어라

고통이나 시련이 닥쳐오면 안에서 머무르지 말고 자연 속으로 혼자 걸을 것, 그렇게 시련을 극복한 한참 후 꽃이 피면 그때는 움츠렸던 가슴 활짝 펴고 마음껏 웃어라. 인생을 껴안아라.

  이 글을 마치니 카톡 속 봉오리였던 연꽃이 활짝 꽃잎을 펼친다. 나만의 착각인가. [글 양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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