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 된장처럼
이재무
세월 뜸들여 깊은 맛 우려내려면
우선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자는 거야
햇장이니 갑갑증이 일겠지 펄펄 끓는 성질에 독이라도 깨고 싶겠지
그럴수록 된장으로 들어앉아서 진득허니
기다리자는 거야 원치 않은 불순물도
뛰어들겠지 고것까지 내 살肉로 품어보자는 거야 썩고 썩다가 간과 허파가 녹고
내장까지 다 녹아나고 그럴 즈음에
햇볕 좋은 날 말짱하게 말린 몸으로
식탁에 오르자는 것이야
< 몸에 피는 꽃>.창비 1996.
<이재무 시인 >
1958년 충남부여 출생,
현재 디지털대학교 교수이며 '천년의 시작' 대표이사.
1983년 <삶의문학><문학사회> 등을 통해 작품활동시작.
2002년 제 2회 '난고문학상'을 시작으로하여 여섯 번의 수상 경력과 2020년 제 17회 ' 이육사 문학상'수상이 있다.
시집으로는 《섣달 그믐》1987 청사.《벌초》1992 실천문학사 외 9편의 시집 상제.
시선집 《오래된 농담》2008 북인 외 2편.
시평집 《사람들사이에 꽃이 핀다면》2005 화남 《긍정적인 밥》2004.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2003 화남외 3편.
공저《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2020 웅진닷컴.
평저 대표평론 |.|| 있음.
이렇게 구수하고 맛있는 시,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봤다.
처음에는 그저 맛있게 받아먹는 기분으로 읽다가 맛있게 받아 먹을 일만이 아니라 구수한 맛도 알아야겠다는 것을 알며 먹어야 겠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한라산 입회 했을 때 생각 아련하다.
햇장이라 갑갑증이 일고 합평 하는 시간이 진지해서 얼었고 굳어진 혀는
열릴 줄을 모르고 멍하니 듣고만 했던
마음과 머리가 입으로 얼어붙어 잠겼는지 도통 열리지 않았던
세월이 10 년은 된 것 같은
원치 않은 불순 물도 내 살肉로 품어가며 다독이던 세월들
이제는 구수한 항아리속 된장 처럼 그렇게 더 깊숙히 들어가 곰삭아보자 .
무엇과 버무려 놓아도 자신을 갖고 깊은 맛을 풀어내는 된장처럼 먼저 시린 손 잡아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 글 김 항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