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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목요일](17) 말라간다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17) 말라간다
  • 구수영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3.25 00: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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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시인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 감상

                말라간다


   당신을 잊기 위해 야위어가네
       오랜 후 뼈만 남게 되면
             바다는 부서지고 
         파도소리만 희미하리

                  _ 이용철 

 

이용철 시인
▲ 이용철 시인 @뉴스라인제주

<이용철 시인>

한국디카시인모임회원 
부산문협회원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협 작품상,
청옥문학 대상 수상
부산대학교 강사
시집 <늑대가 그립다>, <학여울 풍경> , 수필집 <바람이 그린 풍경>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오늘 디카시는 말라가고 있는 미역의 모습입니다 
시인은 당신을 잊기 위해 야위어가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미역에게 당신은 누구며 또 무엇을 잊고 무엇을 비워 내야 할까요 
바다에서 살다 온 미역에게 물은 꼭 필요한 생명수였지만 건미역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 내 버려야 할 것도 수분입니다. 
어설프게 물기를 품고 있다가는 여지없이 곰팡이가 나 썪어버리고 말지요 

전에 읽었던 글 한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한 젊은 딸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삶이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부엌으로 갔지요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우고는 각각 당근과 달걀과 커피를 넣고 끓입니다. 
한참을 끓이다 어머니가 딸에게 말했지요. 

'이 세 가지 사물은 끓는 물이라는 역경에 처했단다 그러나 세 물질은 각각 다르게 반응했단다 당근은 단단했지만 끓는 물속에서 물렁해졌고
달걀의 얇은 껍질은 약해서 안에 있는 알을 보호하지 못했고
커피는 어떻게 되었지? 
커피는 끓는 물속에 들어가 물을 변화시켜 
버렸지 그리고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냈단다' 

어머니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짐작이 가지요 
바닷속에 살던 물미역에게 육지의 삶은 어쩌면 역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잊고 비워내고 말라감으로 건미역으로 다시 태어났지요 
역경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역경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다 같지 않습니다 
역경조차 기회로 반등시키는 사람들, 그런 분들을 보면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어려움과 번민은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오늘 저녁 푸른 바다와 파도소리 가 흠뻑 들어 있는 미역국 한그릇 어떨까요? 


[글 구수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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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 2021-03-25 21:02:00
좋은글 읽어서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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