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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의 시의 정원](43) 눈물 한 방울
[양순진의 시의 정원](43) 눈물 한 방울
  • 양순진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1.1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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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미 시인
허유미 시인
▲ 허유미 시인 @뉴스라인제주

눈물 한 방울

 허유미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라서
파도는 눈물 한 방울의
흔들거리는 몸짓이어서
눈물 한 방울이 섬을 꼭 안고 있어서
우리는 해 질 녘이면
눈물 젖은 몸으로
가족의 이마를 만져 주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별은 눈물의 깊이를 알고 있어서
바다에서 사뭇 반짝이고
눈물에 가라앉은 숨비소리는
찬 바람을 모으고 있어서
바다가 바람보다 커서
눈물의 온기로 섬이 잠들어서
발아래 훌쩍훌쩍 물결치는 밤이어도
우리는 등대처럼 서로의 어두운 얼굴을
거대한 눈물 한 방울로 감싸고 있네


       -<우리 어멍은 해녀>, 창비, 2020

양순진 시인
▲ 양순진 시인 @뉴스라인제주

해녀의 딸이 해녀인 어머니에 대한 시를 쓴다는 것은 짠맛일까 쓴맛일까 단맛일까. 아마도 푸르디 푸른 바다맛이리라.
  모슬포 태생인 허유미 시인의 청소년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는 해녀인 어머니의 삶과 뱃사람인 아버지 삶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누리고 버텨낸 청소년기의 리얼한 역사다. 시인이 아니면 안 되는 필연의 시간을 사는 자신의 유년과 청소년기로부터 건너온 생의 흔적이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언어화석 무늬로 새겨져 있다.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라는 표현은 바다 태생이 아니라면, 엄마가 해녀가 아니라면 건져낼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바다가 바람보다 커서'라는 표현 또한 바람 속에서 바다를 견디는 섬사람 아니면 짜낼 수 없는 언어 구조다.
  그 눈물은
  '섬을 꼭 안아주고'
  '가족의 이마를 만져주고'
  '노래를 부르고'
  '섬을 잠들게 하는'
  아주 긍정적이고 희망찬 의미다.
  그 해녀의 눈물이 가족을 구제했고 시인의 삶을 빛나게 만들었고 섬사람들의 역사를 만들었다. 즉, 바다는 해녀의 집이요 반짝이는 해녀의 눈물이요 자식들의 목숨줄인 것이다.

  문득 허유미 시인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그 눈망울엔 바다가 들어 있었다. 별들이 반짝거렸다. 기원전부터 흘러 들어온 신비한 신화 같은 빛줄기가 차고 넘쳤다. 그것은 바다 같은 해녀 엄마의 사랑이 출렁거림을 의미한다.
  눈물이 슬픔이 아닌 따뜻한 액체로 느끼긴 처음이다. 그리고 바다가 해녀의 눈물 한 방울밖에 안되는 축소적 의미로 바라보기도 처음이다. 그 반면에 해녀의 삶은 위대하며 섬 사람의 삶은 한 나라의 보물처럼 소중하다고 여겨진다.

  같은 대정읍 출신인데 감자, 마늘만 먹고 자란 나는 허유미 시인이 먹고 자랐다는 '햄 대신 전복/ 달걀 대신 문어/단무지 대신 톳/시금치 대신 전복 내장/당근 대신 성게' ('전복 김밥' 中)로 만든 오색 바다 벌레가 바글바글한 전복 김밥, 소라 김밥을 실컷 먹어보고 싶다. 그래서 허유미 시인의 내면 또한 바다 내음으로 가득했구나. 짠 듯하고 쓴 듯하고 단 듯해서 오묘한. [글 양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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