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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자살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이코노사이드 대란' 재연되나
[뉴시스아이즈]자살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이코노사이드 대란' 재연되나
  • 나기자
  • news@nagiza.com
  • 승인 2012.08.2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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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13일 대구에 사는 한 아버지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 이모(42)씨는 다세대 주택 자신의 집에서 아들(11)을 살해한 후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씨는 부인과 수년 전에 이혼한 상태이며, 최근 잇따른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오면서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 7일에는 사업 실패로 빚에 시달리던 20대 남성(28)이 자살을 기도했다. 사업 실패 후 도박에 빠져 불어난 빚이 원인이었다. 이 남성은 이날 오전 1시 55분께 파주시의 한 하천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던 중 산책하던 30대 남성에게 붙잡혀 경찰에 구조됐다.

#3. 지난달 말 자살한 로또 1등 당첨자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도 사업 실패 때문이었다. 로또 당첨 후 A씨는 자신의 주점을 확장했다. 실내를 넓히고 수억 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까지 바꿨지만 예상과 달리 사업이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손해를 봤다. 사업실패 이후 A씨는 주식 투자에 손을 댔으나 실패했고, 로또 1등 당첨 3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720만 자영업자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사장님’이 됐지만 사업을 시작하며 얻은 빚은 점점 불어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등살에 영업이익은 자꾸만 줄어든다.

되돌아가고 싶지만 경력은 단절됐고,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빚과 생활고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서민들이 ‘불황 → 대규모 퇴직 → 대출을 낀 생계형 창업 → 과다경쟁으로 인한 수익 악화 → 폐업 → 빈곤층 전락’이라는 악순환의 쳇바퀴에 갇히면서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코노사이드’ 사태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코노사이드는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로, 생활고에 따른 자살을 의미하는 용어다.

◇30~59세 자살자수 다시 늘어

뉴시스가 통계청의 사망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30~59세 남성 자살자수는 최근 10년간 2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사업실패와 생활고 등이 원인이다.

2000년 2704명이던 30~59세 자살자수는 2004년 4429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06년 3945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 5637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인 미만 사업체는 2010년 기준 256만3000개로, 전체 사업체수의 76.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체의 영업이익은 3000만원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영세사업자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5인 미만 영세 사업체의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2001년 3200만 원에서 2005년 3000만 원, 2009년 3000만 원으로 해가 갈수록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KDI는 “자영업자에게 귀속되는 절대적인 소득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생활수준은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5인 미만 사업체의 생존기간과 생존율 역시 충격적이다.

◇5곳 중 4곳 5년안에 문닫아

2001년 새로 진입한 영세사업체 73만5000개 중 45.4%가 1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 3년간 생존한 사업체는 30.9%, 5년 이상 생존한 사업체는 20.2%였으며, 5년 후에는 20%정도만 살아남았다. 자영업자 5명 중 4명은 창업 5년 내에 문을 닫는 셈이다.

평균 생존기간이 가장 짧은 업종은 스포츠 교육기관(2년)이었다. 스포츠 교육기관이 3년간 살아남을 확률은 24.8%에 불과했다. 옷가게(셔츠 및 기타 의복 소매업)의 평균생존기간도 2.1년으로 매우 짧았다. 옷가게가 3년 동안 살아남을 확률 역시 24.1%로 매우 낮았다.

신발가게는 2.3년(3년 생존율 27.9%), 분식 및 김밥 전문점은 2.5년(31.5%), 컴퓨터게임방은 2.5년(32%), 제과점은 2.5년(31.2%), 화장품가게는 2.6년(32.9%), 한식음식점은 2.8년(35.3%)의 평균 생존기간을 보였다.

반면 여관업은 평균생존기간이 5.2년이고, 3년간 살아남을 확률도 74.3%로 영세사업체 중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치과의원이 4.9년(3년 생존율 71.3%), 한의원이 4.5년(64.3%), 일반의원이 4.5년(63.1%), 세탁소가 4.5년(62.5%), 노래연습장이 4.4년(65.1%)로 비교적 긴 평균생존기간을 보였다.

누리꾼 A씨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사온 후 9년 동안 아파트 앞 한 점포가 제과점, 삼겹살집, 일반음식점, 도넛가게로 바뀌었고, 다른 점포는 죽 비어 있다가 떡집, 옷가게, 분식집으로 바뀌더라”며 “대략 생존기간 2년이 맞는 것 같다.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다중채무자 30%는 자영업자

자영업자 B씨는 “할 일 없이 놀다가 장사라도 해보려고 대출받아 가게를 열었는데 계속 적자만 나더라”며 “몇 달 안 되서 폐업하고, 대출금을 못 갚아서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그러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낮은 영업이익과 짧은 생존기간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달 18일 고금리 전환대출 프로그램인 ‘바꿔드림론’을 신청한 6만2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다중채무자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회사 2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10명 중 3명은 자영업자였다.

캠코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다중채무자 중 30.6%를 차지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평균 연소득은 1200만 원 이하가 5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800만~2600만 원(17%), 1200만~1800만 원(16%), 2600만 원 초과(15%)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다중체무자의 11.6%가 자영업자였고, 30대 24.3%, 40대 42.9%, 50대 47.9%, 60대 이상 48.6%였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다중체무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한 번 망하면 기댈 곳이 기댈 곳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파산은 극빈층 양산과 자살·가족해체·범죄 증가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생계수단이 끊어지면서 가정이 파탄나고, 이는 바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동현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5인 미만의 사업체의 경우 가족들이 무급가족종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영업이익이 3000만 원이라고 하지만 이는 1인당 1000만 원 안팎의 극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자영업자들이 생활고와 빚독촉에 밀려 자살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들이 막다른 벽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의료보험·연금·세금 정책 등이 크게 수정돼야 하고, 특히 과도한 빚 독촉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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