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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30)너의 자전거를 훔쳤다
[현달환 칼럼](130)너의 자전거를 훔쳤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10.0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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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시인/수필가

너의 자전거를 훔쳤다

-초인 현달환-

덜컹거리며 달리던 너를 보았다
두발로 마냥 페달을 돌리더니
네 다리에 힘이 빠진 걸 보았다
앞에서 달리던 네가
조금씩 뒤로 처지는 걸 보았다
안쓰러워
힘을 보탤까
너의 뒷자리에 앉았다
너의 발동작에 맞춰
힘껏 발을 돌려 보았다
보약 같은 가을볕을 받으며
앞으로 주욱 달려가서는
다시 앞서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무들 사이로 어른거리는 내 눈마저
해맑은 동그라미 마음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지났을까
‘쿵’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네가 그 자리를 떠난 후
자전거는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이란 마을구석에 살던 네가
이미 떠났다는 것일까
그렇다,
빨갛게 흘러간 시간에
나도 몰래 깜짝 놀랐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너의 자전거를 훔쳤다고
독백하듯 고백해본다
가을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쓰러진 자전거 사이로
아름다운 고해성사 告解聖事가 있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자동차를 타고 고향으로 달려가 보았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길이 있다. 해안도로가 아닌 중산간 도로를 통해 오랜만에 가보았다. 오름 구경도 하면서 멀리 한라산도 보이는 길을 보면서 도로변에 펼쳐진 메밀꽃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즐거운 건 당연한 것이다.

신록의 자연이란 것은 기분을 즐겁게만 한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구나,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좋을 때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자전거를 타기 좋은 때라는 것은 잊고 살았던 것이다.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겐 참 좋은 친구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얼굴엔 근심이 없다. 한발 한발 내딛는 페달에 쏟는 힘은 집중만이 있는 것이다,

집중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결과를 만드는 것일까?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내 마음이 부럽기만 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서 진한 미련을 느낀 것이다.

제주의 자전거길은 어떻게 탄생됐을까?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234㎞의 자전거길이 2015년 11월 7일 개통됐다.

이 환상적인 자전거길은 2010년부터 해안도로와 일주도로를 따라 새로 정비한 183.3㎞와 기존에 이용하던 자전거길 50.7㎞을 연결한 길이다.

234km의 자전거길은 자동차로 서울과 부산까지 가는 거리의 절반을 조금 넘는 거리로, 6년 동안 총 357억6천만원(국비와 지방비 각 50%)이 투입됐다.

2년 전 자전거를 함께 배운 동호회원들과 1박2일로 제주도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해봤다.

제주시에서 도는 서쪽 한림방향으로 서귀포에서 1박하고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고 왔던 기억이 난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제주시 김녕 성세기해변까지 이어지는 약 60㎞의 해안도로 구간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코스로 멋진 기억이 난다.

남원 엉알 해변, 한담 해안도로, 신창 해안도로, 월령 선인장군락지 등 자전거길 의 숨은 명소들도 많다.

환상적인 자전거도로길은 유명 관광지인 김녕 성세기해변, 함덕 서우봉해변, 표선 해비치해변, 쇠소깍, 성산일출봉, 법환바당, 송악산, 해거름마을공원, 다락쉼터, 용두암 등 10곳에는 무인 인증센터를 설치했다. 인증센터는 라이더가 들러 여권처럼 생긴 인증수첩에 스탬프를 찍는 곳이다.

제주도는 제주 올레길을 통한 도보여행과 함께 자전거 관광도 활성화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전거 해안도로 주변에는 해녀들이 채취한 해초를 도로에 널어 말리면서 소라껍질 등 날카로운 돌멩이 등이 자전거도로에 숨어 있어서 라이더에겐 위협적인 무기들이 되고있는 것이다.

종종 마을 해녀들이 도로에 해초를 말리고 난 후 뒷마무리가 아쉬운 점이 있다.

제주의 자전거도로는 지속적으로 관리가 돼야하지만 도로특성상 좁은 길로 이뤄진 곳이 있어 자동차와 마주치는 위협적인 길도 종종 있다.

자전거 도로를 근시안적인 보수가 아닌 제주의 도로를 자연과 호흡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자전거도로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 한해가 가기 전에 자전거 한번 타야겠다.

사는 게 이렇게 살자고 한 것은 아닌데 자동차를 멈추고 자전거로 갈아타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겠다. 저 가을볕이 지금 나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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