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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24)돈 봉투 내밀며 '당신은 이상한 사람'
[현태식칼럼](124)돈 봉투 내밀며 '당신은 이상한 사람'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8.1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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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의장
조금 오래전 일이라 이름은 기억이 없고 성이 황씨라는 것만 기억한다. 제주도 토박이도 아니었다. 그가 금고에 찾아와 돈을 대부해 달라고 했다. 금고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부를 신속히 그리고 친절히 해준다는 소문이 났다면서....

나는 "고맙습니다. 서류만 갖추십시오" 하였더니 그가 담보를 설정해 왔다. 딴말 군소리 없이 칠천만원을 해드렸다. 일주일이나 되었을까 민속찻집에서 보자는 연락이 있어 가보았다. 황씨가 먼저 와계셨다. 반갑게 인사하고 "웬일이십니까"했더니 흰 봉투를 꺼내어 탁자 위에 놓으며

"당신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당신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나도 육지에서부터 은행을 드나든 사람인데, 대부해주고 손벌리지 않고 얼굴에 못마땅하다는 내색을 않으니 이상합니다. 돈을 꾸어주어서 정말 요긴하게 썼고 고마운 성의를 이렇게 표합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반가웠다. 인간이 고마움을 갖고 그 고마움에 대하여 서툴게 표시하고 있지만 이것은 황씨가 잘못이 아니고 대부 때마다 부정한 손을 내밀어 깨끗한 황씨를 이렇게 쓸쓸하지만 황씨가 나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는 것은 기쁜 일이다.

"황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이런 봉투 받으려 했으면 돈 대부할때 말씀드렸지. 남의 처분만 본다면 도리가 아니지요. 얼른 봉투 집어넣으세요. 이목이 많은데 잘못하면 당신과 내가 부정한 거래를 한 것으로 오인되고, 그러면 나는 금고 이사장 못합니다. 황사장님의 마음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 파산되어가는 금고의 이사장을 맡을 때부터 '당신만은 모든 문제를 정의롭게 처리하여 달라'는 금고 회원과 지역민의 기대를 받아 이사장이 된 사람이기 때문에 배신하면 안됩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부당한 수입을 볼 사람이 아니고 깨끗하게 운영하여 금융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나는 이 지역에서 가장 정직하고 깨끗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또 나 자신 그 자부심에 스스로 먹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황사장님도 나를 여느 금융인처럼 보았다면 나의 인격을 너무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니 오늘은 제가 대접하는 차를 드시고 가십시오. 그리고 차용한 그맥의 원리금을 알뜰히 갚아야 제가 대부해드린데 대한 보답이 될 것입니다"하였더니 그 분은 몸둘 바를 몰라 하면서 나를 딴나라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 후 몇 년 있다 내가 시의원에 출마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 알았는데 황사장님은 정말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인간의 신뢰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지금 그 분은 신제주에사시지 않으나 나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선거운동해준 것에 대하여 고마워하고 있으니 내가 평생에 보람있고 잘했다 하는 일은 신제주주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되어 힘없는 사람 편에서 일한 것과 제주도공동모금회 회장을 하면서 불우이웃돕기성금을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확인하면서 시급히 돕도록 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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