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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시인 첫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 발간
김정순 시인 첫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 발간
  • 양대영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9.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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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 표지.
▲ 김정순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 표지. ⓒ뉴스라인제주

2017년 계간 <시와 정신>으로 등단한 이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순 시인이 첫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를 펴냈다.

김정순 시인은 시집 《늦은 저녁이면 어때》를 통해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온 오랜 이야기들을 마치 서사처럼 펼쳐 보인다.

“손수 지은 노란 명주옷 박음질 사이로 서럽게 주운 뼈 이삭 모시며/거름망 없는 날 돋은 소리로 바람을 향하여 어머니 소리쳤습니다//“아이들아, 이 해골이 너희 아버지다.”//아버지는 청라였습니다/제주 4·3 붉은 바람이 검은 돌담을 쳐부수기 전까지는 한없이 뻗어 나갈 청라였습니다”(「청라(靑蘿)」에서) “열 마지기 밭에 평생 골갱이로 일하며/풀만 뜯던 어머니는 그믐달처럼 쪼그라든 백 살 다리로/오늘도 마당 텃밭 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베체기, 생게, 제완지, 소엥이, 난생이/익숙한 풀 이름을 중얼거리며 말입니다(「개자리풀에도 노란 꽃은 피었습니다만,-제주 4·3」에서) 등의 시처럼 해방과 제주4․3 등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견디며 살아온 시인의 흔적들이 4부로 이루어진 75편의 작품에 드러나 있다.

특히, 시인의 4․3 시들은 역사의 기록과 같은 무거움과 경건함을 갖게 만든다. ‘제주 4·3’ 연작뿐만 아니라 다른 4·3과 관련된 작품들이 비유나 과장, 그리고 여타 문학적 상상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함덕 백사장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두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4․3 시편들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통해 완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필요 없는 수사는 음식의 맛을/상하게 하는 거죠/오월에 돋아난 쑥 향으로 국을,/울긋불긋 단풍으로 고명을 얹어/붓꽃 향기 그윽한 커다란 접시 위에/오늘 하루 요리 따끈하게 올려놓았어요”(「하루를 요리하다」에서) 처럼묵직한 삶의 흔적들을 펼쳐 보인 작품 속에서도 삶의 경쾌함은 잃지 않은 시편들도 눈길을 끈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정찬일 시인은 “폴 고갱이 그린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앞에 선 것 같은 감정을 갖게 만든다.”고 했듯이 질곡의 시간을 견뎌온 시인의 시를 통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것 또한 이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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