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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의 시방목지](66) 벚꽃
[문상금의 시방목지](66) 벚꽃
  • 문상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4.04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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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첫사랑이다, 짧고 강렬한 사랑이다, 연분홍 설렘이 분분히 나리는 봄눈이다, 통째로 내 삶을 흔들어놓는 꽃이다’ ’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뉴스라인제주

벚꽃
 

문상금
 

네가 아름다운 건
네가 특별해지는 건
활짝 핀 날들이 짧기 때문이야

첫사랑처럼
감은 눈 속에서도
밤낮 자근자근 피어나는

이 환장하는
봄날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벚꽃 눈 내릴 때
섭섭함이 다(多)하여
흰 눈으로 내리라 하면

제일 먼저 너의 방 창가를
흩날리다

마당으로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고 싶다”

“너로 하여
하루가 시작되고

너로 하여
하루를 끝맺는다

먼 산
산벚꽃 지는 날

독배(毒杯)를 든 연인들의
마지막 입맞춤이랄까

미(美)의 절정에서
꽃잎들은 부르르 떨어져 내린다

그리곤 납작 기어서
기어서 봄이 다 갔다”

“너는 알까,
수 천 수 만의 피고 져서 흩날리는 꽃잎들은
꽃들의 연분홍 생식기라는 것을

성스럽고
순결한,

그 아래서
그냥 꽃이라
벚꽃이라 불러주었다”

“벚꽃눈
내리는 골목길에서

밤낮 자근자근 걸어 다니고 있냐고
벚꽃이 묻길 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벚꽃을 외면하였는데,

벚꽃은 기어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내 얼굴에 손등에 떨어진다

벚꽃눈이 내린다
눈이 펄펄 내린다

흰 살풀이 춤이라도
한바탕 출 것처럼

벚꽃 피고 지는 골목길에서
나도 벚꽃처럼 순식간에
눈이 되어 하늘하늘 내린다

봄이 미처 무르익기도 전에
허깨비가 되어 버렸다

흰 저고리에
흰 수건 들고
살풀이 춤을 춘다

언젠가는 떠나야겠다
벚꽃처럼, 벚꽃처럼,
한바탕 떠나야겠다”[글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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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2022-04-11 00:29:42
좋은시를 만나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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