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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27)그나 저나 he & I
[현달환 칼럼](127)그나 저나 he & I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9.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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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 저나 he & I

         
초인 현달환

그는 하늘을 본다
난 그의 하늘을 우러러 본다
어쩌면 그는
세상을 덮고 있는
저 노을 진 하늘이었는지
몰라

그는 바다를 본다
난 그의 수심 깊은 바다를 본다
틀림없이 그는
온전히 세상의 거친 돌멩이마저 받아들이는
저 은빛 바다이었는지도
모르지

아아
또 그는 나무를 본다
난 그의 나무 냄새로 뒤덮인
숲을 본다

비로소 그는
울창한 그림자를 갖고 있는
숲이었는지도 몰라하고
기억 속에서 되새김질한다.

그나 저나(He & I)
보이는 것만 보려하지
보이면 그저 바라보기만 하지

그나저나(by the way)
언제 한번 보게 되는 건지
기약하지 않는
그나 저나 (He & I)
기다리고
기다리다
서로 기다린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천지란 말은 하늘과 땅이다. 천지 속에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무생물체들이 존재한 가운데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살아가는 사람들 중 우리 주위에 세상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그’다. 그는 나와 너를 빼고 나면 전부 ‘그’다. 그렇기에 그가 내 앞에, 우리 앞에 존재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세상을 살면서 그가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의 사진하나에 웃고 우는 시간들. 그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힘을 내는 시간들, 아마도 진한 사랑의 여운, 즉 인간애가 없다면 회복하기 힘든 일이다.

그가 옷이란 거추장한 것을 벗었다.

그에게 옷을 입으라고 했지만 그는 옷을 벗어던졌다. 옷의 의미는 상당히 큰 것이다. 그러나 과감하게 옷을 벗어 던진 그의 속셈은 알 수가 없다.

종종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의식주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이냐고. 얼핏 생각해보면 밥이 중요해서 ‘식食’의 개념이 우선일 것이다. 나 역시 밥이 중요하지 옷이나, 집보다도 먹어야 산다고, 밥이 최고라서 ‘식’이 제일 으뜸이 아닌가 생각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불어야 일도 제대로 하고 사업, 업무 등 진행이 빨리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말에 동조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주住가 중요하다고, 집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의衣가 중요해서 옷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왔던 ‘의식주‘라는 말이 어떤 생각없이 일방적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조상들의 이 의식주라는 개념은 순서대로 중요하니 이렇게 사용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옷은 왜?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과거 조상들은 -조선시대 사극을 봐도- 옷이란 개념은 관직 벼슬을 나타내서 중요한 것이었다. 벼슬에 오르면 옷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옷이란 개념이 관직이란 의미도 있기에 우리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책에서 내려앉을 때도 ‘옷을 벗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옷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옷은 인간이 내면을 표현하고 외형적으로 품위를 나타내는 일종의 최고의 표현 행위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의식주’라는 말이 괜히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옷을 제대로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렇게 입고 다니면 예의 없게 보일 수 있기에 상황에 따라 옷을 입는 사람도 요즘은 종종 볼 수가 있다.

‘그’나 ‘저’나 사람이란 개념은 다 똑같다. 그러나 옷의 착용으로 인해 변별력이 있는 차이로 인해 ‘그’나 ‘저’나 훨씬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필자처럼 ‘식의주’를 사용해 밥이 우선시 하는 사람도 대다수일 것이다.

환경의 동물, 인간은 자연과 동떨어져서 살수가 없다. 그렇지만 사람이 ‘그’와 ‘나’만이 남았을 때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 약해진 마음에 기운을 넣는 말이 있다면 바로 ‘힘내자‘ 말일 것이다.

그 한마디가 그의 입을 통해서 나의 뇌에 전달된다면 세상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상은 무관심의 사회에서 관심의 사회로 열정의 사회가 될 것이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이 거리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지나가는 이들의 말소리들이 흩어지며 들려올 때, 굉음처럼 울리는 비행기의 움직임, 도로를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버스들의 경적소리 마저 가을이란 세상 속에 녹아내린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벌써 이 한해도 종점에 거의 다 오고 있다. 마지막은 바빠지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골이 연결이 안 되면 서로가 바빠지고 약속했던 모든 작전이나 계획들이 흩어지는 것이다.

만약에 ‘그’의 세상이 우주라면 ‘저’의 세상은 한 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차분하게 마무리를 해보는 결실의, 결말의 금년한해를 완성시켜야겠다.

지난해 가을이 지난 뒤 묻어뒀던 가을 옷을 다시 꺼내 새로 입고 나서야겠다.
시간이 시간을 재촉하는 이 밤, 그나저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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