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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20)강방왕
[현달환 칼럼](120)강방왕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8.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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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왕

          -초인 현달환-

우리 어멍 어디 갑디가
보고줭 허우다게
우리 어멍 언제 오쿠가
돌으멍 옵서게

바당에 강방 고찌가켄 해동
우영에 방왕 데령가켄 해동
곱닥헌 맹질옷 사주켄 해동
돌코롬한 불괴기 사주켄 해동

맨도롱헌 날 오카부덴
밤새낭 눈벌겅 해젼마심

노시 기별어선
눈이 왁왁허난
재기 옵서 혼저옵서양

맹질날 괸당들 몬딱 와신디
어멍만 어시난 조들아젼마심
똣똣한 곤밥에 괴기국 올려시난
우리 어멍 혼자 하영 드십서양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라는 고사성어다.

어릴 적 이 말을 학교에서 배우고선 친구들끼리 곧잘 이야기 하다가 고사성어를 써먹던 시절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울에 안 가본 사람이 오히려 서울을 더 잘 아는 현상,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어려운 한자어를 안써도 제주도 사람이면 서로 상통하고 이에 걸맞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일맥상통하는 제주어는 바로 ‘강방왕’이다.

'가서 보고 와서' 라는 의미인 동사가 3개가 합쳐있는 강방왕은 정감어린 제주어의 진면목이다.

강방왕은 방왕강, 왕방강, 강왕방 등 순서를 바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해야만 할 때, 눈에서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을 때, 혹은 궁금할 때는 몸소 직접 가서 보고 싶어 한다.

그 상황이 어찌된 일인지 그 판단을 바로 내리지 못하고 보고 와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제주어에 이처럼 짜릿한 말이 어디 있으랴. 간결하면서도 사족을 다 없앤 강방왕. 제주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말이 바로 결정을 못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안 좋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제주인의 매사에 신중한 자세를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하간 제주에는 아름답고 멋진 말들이 있다는 것에 감격스럽다.

요즘, 무더위 날씨가 최고조로 수은주가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산꼭대기에 올라와서 내려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처럼 꼭대기에 오르면 내려오게 마련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렇게 무덥던 수은주의 최고점이 아래로 내려올 것이다. 즉, 가서 보고 와서는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강방왕의 법칙은 생활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강방왕이란 말은 두 개만 써도 된다. 강왕(갔다 와서), 방왕(보고 와서)처럼 쓰임이 다양하다.

어느날 엄마가 사라졌다.
바당(바다)에 강왕, 밭에 방왕 같이 간다고 해놓고서 엄마는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없지만 우리는 어머니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무섭기만 하다.

우리 곁에 남아있는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인물일 것이다.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해줄 것은 무엇인가?
더운 여름날 스스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강방왕’이라는 말은 약속이다. 서로간의 약속으로 인해 우리는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기쁨이 있는 것이다.

해 떨어지는 서쪽 하늘빛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그런 많은 감정이 숨어있는 ‘강방왕’이란 말을 음미해보는 저녁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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