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7 11:40 (화)
[현달환 칼럼](114)유월六月
[현달환 칼럼](114)유월六月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6.23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월 六月
                     초인 현달환

아침의 바람의 입으로
태어난 돋아난 마음을
달래며 감싸며
일어나는
푸른 내음

어루만지는 손길로도
바라만보는 눈길로도
콕콕
파고드는 파편처럼
찌르는
순간아.

짙은 눈물이 그냥 떨어지는
별동별 밤하늘의 아픔을 억누르고
개인 유월의 아침으로
회색 빛
그리움을 태운다

선물이라던 오늘이란
이 시간만큼
잠시 동안 치매 걸린 기억 속에서
헤엄치듯 발버둥 친다

허우적 발버둥 쳐도
아픔이란 두께로 색칠해진 하늘
그 먹구름 아래로
유월이란 그림자는
늘 배고파 운다.

우유부단한 유월이
내 앞에 서 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가정의 달이라던 5월이 지나면 유월이 오고 유월이 되면 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든 데 웬걸 더 바쁘다.

이른 아침에 창문을 여니 모기 한 마리가 불쑥 들어온다. 그 모기가 소리를 내면서 방안을 휩쓸고 다닌다. 모기는 왜 방안으로 들어오려고만 할까.

모기는 밖에서 유리창을 밀어내어 안으로 들어오려고 밤새 애를 쓰면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 모기는 야호! 하면서 탄성을 지르며 방안에 있는 풍경을 보면서 행복한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그렇다.
모기는 강렬하다.
질기다.

그 모기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끈질김. 인간에겐 백해무익할지 몰라도 우리는 모기에게서 그 끈질김을 배워야 할 듯하다.

모기는 여름이 되면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지구라는 곳은 좋은 것만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세상은 존재가치 없는 존재도 존재하는 세상이다.

뭐라고 욕할 필요도 없다.
존재가치가 없는 존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회피만이 가능하다.

예수가 말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어쩌면 이와 같은 의미일 수도 있다. 원수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원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성인군자도 결코 허락하지 않는 삶일 것이다.

모기가 그렇다. 또 바퀴벌레가 그렇다. 그러나 모기가 나쁘다고 해서 세상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퀴벌레가 안 좋다고 해서 안보고 살 수는 없다.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사는 법.

그것은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한다는 것이야 말로 상대방의 경계를 풀게 할 수 있다. 인정을 함으로 상대방은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이다.

풀들이 무성한 성하의 계절.

유월은 모기처럼 아프고 따갑고 때론 피를 토한다.
지친 걸음을 쉬려고 해도 쉴 곳이 없는 유월인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비추는 유월의 따가움이 더욱 아픈 유월 속에서 우리는 빠져 나오자.

너도 보고 싶고 너의 너도 보고 싶은 유월의 어느 자락을 붙잡고 멈추어 섰다.
어디로 가야만 하는 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걸어가야만 유월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조금만. 걸아가 보자. 유월이 점점 익어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