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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19)해방
[현달환 칼럼](119)해방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7.29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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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방

                       초인 현달환

19년의 기다림속,
2011년 11월 10일 08시
그 날 굉음의 비행기도
그 날 시속 120키로 달리던 자동차도
그 날 망망대해 누비던 뱃고동 소리도 
그 날 법당, 교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 기도소리도
그 날 삼류 음악이 판치는 시장의 사람들의 소리도
순간, 수갑으로 채워졌다

오직, 침묵과 긴장 그리고 기도만이 허용되는 시간의 연속

2011년 11월 10일 18시
한없이 허기진 바람에
늘 돌던 해 없는 저녁,
학교란 커다란 입에서
온갖 아이 무리가 몰려나온다
저기, 익숙한 아이 하나 달려온다
큰 웃음이란 선물을 들고
감옥에서 이젠
살았다고,
"아, 해방이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해방이란 말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에서 1945년 8월 15일에 벗어나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일제의 강점에서 해방된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은 해방의 기쁨을 얼마 누리지도 못하고 남북으로 분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다른 의미로 사람이 속박하거나 가두던 것에서 풀려서 자유롭게 되는 상태를 해방이란 말을 쓸 수 있으리라.
전쟁 같은 억압에서 해방의 기쁨은 얼마나 클까.

대한민국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없다고 난리다. 그 울음소리는 대한민국의 희망적인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 울음소리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억제되던 해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눈엣가시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인구 감소로 인해 아이의 울음소리를 독려할 때라 아이러니 하기만 하다.

사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가 울면 보는 이의 마음은 아프다. 그러나 탄생의 울음소리는 희망적이고 기쁨의 환호성을 주는 것이다.

허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하고 글을 읽고 정규 교육이란 것이 시작될 때의 고통과 고민은 아이를 만든 부모를 향한 하늘의 저주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그렇게 정규적으로 코스대로 학교란 곳에 가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이틀 다르게 변화하는 아이의 신체처럼 아이의 생각도 어릴 적 그대로가 아닌, 엄마 아빠 이야기만 듣는 그런 아이가 되지 않았기에 예측이 불가하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다. 네모 속에 가둔 아이가 닭장 속의 닭처럼 가만히 있다고 집에 오는 그런 생활을 권장할 것인지 아니면 그 닭장 속에서 뛰쳐나와서 마음대로 생활해도 될 건지 그런 고민과 선택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인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 필자는 아이의 선택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자유로움을 원했다. 숨통이 막히는 그런 생활을 싫어했다.

선택은 부모 몫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자퇴라는 결정은 일종의 도막이었다. 그런 선택을 나는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절대적으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입학해서 얼마 없어 자퇴한 아이를 위한 교육방향 설정은 대단했다. 1년의 계획을 세우고 아이의 생활 위주로 공부를 하면서도 아이는 외로웠다. 그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일요일엔 쉬고 같이 어울리며 대화도 하면서 여기저기 먹거리와 볼거리를 위해 머리를 식히곤 했다.

그럭저럭 하면서 검정고시를 보고 졸업이란 타이틀을 얻고 대학 시험을 보게 됐다.

저 위에 써진 날짜에 대학 시험을 보고 교문 밖에서 기다리다 아이가 멀리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해방’이란 글자가 머릿속에 지나갔다.

아이는 잘 참고 잘 지냈지만 좀 더 여행을 같이 못다닌 걸 나는 아직도 아쉽다. 아이는 학생일 때 이외는 어린애처럼 다루기가 힘들다. 아이라는 그때의 온전한 정서가 평생을 갈 수 있는 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그러나, 아이는 홀로 잘 견뎌냈다.

지금은 뜨거운 여름이고 어느 교실에서 땀과 잠과 전쟁을 하고 있는 전국의 학생들이 있겠지만 여유를 조금만 갖고 산다면 분명 좋은 선택의 길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스마트 시대라 기계만 스마트폰이면 안 된다. 사람의 머리도 스마트해져야 하고 다각적으로 네트워크를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견딜 만큼 행복의 척도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복의 크기는 더욱더 큰 것이리라.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크기를 만들어보자.

가끔은 소소한 행복이 좋을 때도 있으리라.

더운 여름날, 나의 행복을 생각하다 아이까지 덥다하니 잠시 지난 몇 년 전의 이야기를 상기해봤다. 인생은 길고 길다.

모든 것은 본인이 선택하는 인생의 길이다.

태양도 목타는 여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오리란 확신으로 오늘도 해방하고 싶다. 

엊그제 제주도청에서 승진, 퇴직 등 보직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하는 보도가 발표됐다. 오랫동안 한길에서 일하다 그 퇴직하는 분들은 ‘해방’이란 기쁨(?)으로 즐거운 발걸음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렇다. 만끽하자.
해방의 기쁨은 크고 달콤할 뿐이다. 또 오랠 것이다. 그외 부수적인 감정은 그 이후 나중에 생각하자.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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