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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07)별이여 이별이여
[현달환 칼럼](107)별이여 이별이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4.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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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여 이별이여

                            초인 현달환 /시인

그대에게 별을 세라고 했지,
별에게 가라고 하지는 않았어.

그대에게 별을 세라고만 했지,
별에게 가라고는 하지 않았지.

그대에게 별 세!라고만 하고
그대에게 별세라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지.

이미,
그대 두 손에
별을 쥐고는 놓지 않았어.

결국,
그대 두 손에 놓인 그 별,
그 깊은 가슴에 묻고 말았지.

그게 별리別離,
그게 별세別世,

아아,
이젠,
그 누구에게도
별을 따다 주라 하지 않을래.
어쩌면
청천晴天의 별도 바라보지 않을래.

마음속에 울컥 빛나는
그별만 바라보리라
그별만 기다리리라

나의 별, 그 별만.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벚꽃이 하늘거린다. 벚꽃을 보면서 좋아라하는 연인들, 아이들, 부부들, 노인들마저도 아름답기만 하다. 벚꽃은 어린아이들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마치 눈이 오듯 어릴 적 기분이 나는 모양이다.

갑자기 오늘 봄이 사라졌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거늘 오늘 봄은 사라지고 뜨거운 햇살이 내 몸뚱이를 강하게 살균했다.

그러면서 해가진 밤하늘을 바라본다. 곱게 이불을 개인 방안의 광경처럼 하늘도 구름이 걷히고 곱게 펼쳐진 맑은 하늘이 장엄하기만 하다.

그 하늘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무심코 떠나버린 사람들의 얼굴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요새 며칠간 하늘을 쳐다보며 살지를 못한 것 같다. 그러게 삶이 퍽퍽해진 것인가. 그냥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바야흐로 이제 4월이 열흘정도 지나간다. 잔인한 사월이라고 했건만 그런 느낌도 든다. 4월은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다 사라지는 시기이다. 어쩌면 꽃과 별은 가장 빛날 때 아름다운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밤하늘의 별도 좋아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이든 소중하게 다가오는 법.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갈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리라 생각되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무덤덤하다. 슬픔이 크고 상심이 크지만 무감각한 느낌이다. 그런 어려움을 많이 겪어보니 오히려 세상이 더 단단하게 단련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리라. 며칠 전까지 같이 있던 그림자가 사라지니 기운이 빠져버렸다. 다시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 데 오래 걸릴 듯하다. 2년마다 찾아오는 그런 헤어짐의 진통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의 미소, 웃음 건너 편에 숨어 있는 그늘, 그림자를 지워야 하는 데 파도처럼 엄습해온다. 그래서 나는 벚꽃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벚꽃이 화사하게 옷을 입고 날리는 것처럼 그 날려가는 꽃잎 속에 숨어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벚꽃의 마음으로 벚꽃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느 날 풍성하게, 무성하게 자라는 이파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늘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참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벌거숭이처럼 드러낸 자기의 본 모습의 아픔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무심코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일은 지난 사진첩을 펼쳐 별처럼 빛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찾아봐야지.
인간이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그 기억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기억은 공유라는 새로운 줄기, 그 기억으로 누군가를 찾고 그 기억으로 창조라는 과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능력 중에 최고의 선물이다.  어렵지만 기억하고 기억하자. 그것은 떠난 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그나저나 봄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아직은 그래도 봄이려니, 따뜻하게 때론 강렬한 봄을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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