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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05)은희, 리헤어 주인장
[현달환 칼럼](105)은희, 리헤어 주인장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3.29 09: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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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리헤어 주인장

                            초인 현달환

고우니모루에서 돌아온 바닷바람
부서지는 건입동오거리 언저리에 네온사인이
스물하고도 넷, 시집갈 나이만큼 오랜 세월이나
돌고 있는 다섯 평 가게 하나 있더라.

눈이 바르르 떨 만큼 매력 있는
미스 조,
세월을 치장하니 미세스 조가 되어
그 자리 지키고 있더라.

세상에나,
엿장수만 가위를 품고 사는 게 아니지
구멍 난 가위에 엄지손가락 맞추니
저절로 춤추는 날이 선 가위,
자식보다 더 품에
안고
갈고
닦고
지키고 있더라, 미세스 조

조용하고 수줍었던 그 봄처녀는 어디 갔나.
은막의 배우처럼 화려한 생은 아니래도
희로애락 즐기며 긴 밤 지샌
리.헤어 간판이 당당하게 버티지
바닷바람 부는 건입동 터줏대감이 어디메뇨
여기가 동서남북 사랑방이렷다.

봉숭아 손톱이 멍들어도
선명한 지문이 하나둘 벗겨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만큼
뿌리 깊은 세월 속에 남은
가위만 잡고
시름을 털고 있지만
여태껏 지는 해를 본적 없는
아침의 여인, 리헤어 주인장이라

오늘도 웃는다.
오늘도 거기 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손의 의미는 아주 크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수없이 많다. 손의 기술, 손이 없으면 아무래도 일을 하는 데 지장이 많다. 손은 우리 신체의 모든 것을 마무리 업무를 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손에서 시작하고 손에서 결과를 만든다고 보면 될 것이다.

손은 다르게 표현하면 기술이다. 이 손기술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기타를 치는 사람은 손의 역할로 멋진 연주를 한다. 붓글씨를 쓰는 사람은 손이 가는 대로 멋진 작품을 남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도구를 이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수영을 하는 사람은 손의 움직임으로 더 빠르게 물살을 가를 것이다. 봉사를 하는 사람은 따뜻한 손을 잡아주면 사랑이 전달될 것이다. 그만큼 손의 역할은 다양하고 가지가지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 오랫동안 머리를 만지는 사람들이 많다. 머리를 다듬는 사람은 손기술이 뛰어나다. 개인차가 있지만 그 일을 한지 20년이 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일을 한지 20년이 된 손을 가만히 바라보니 그 손에서 감동이 나왔다. 상처 난 손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나왔다.

직장 일을 20년 동안 다닌다는 것은 같은 길을 수없이 왔다 갔다 했다는 의미이다. 그런 직업을 한곳에서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거기엔 기쁨도 있었고 애환도, 눈물도 있었으리라. 그 일을 한지 청춘을 다 보냈다는 생각에 이슬이 맺혔다. 물론 그로인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졌겠지만 손의 힘으로 인해 그러한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할 때 우리는 손에 감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행복한 이유,
바로 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손을 매일 씻고 매일 관리한다면 언젠가 그 손이 남에게 필요로 할 때 손을 잡아줄 수가 있다. 힘없이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따뜻한 손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손 한번 잡고 힘차게 흔들어주면 내 힘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충전이다. 그 충전을 위해 우리는 서로가 손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날마다 화창해지는 봄날,
서로 만나면 손이라도 잡고 흔들어보자. 그러면 어지러운 세상이 따듯해지고 맑아질 것이다. 요즘처럼 바람이 덧없이 불면 제주항으로 가는 길목 건입동 동산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헤어에 들러 차라도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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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땅 2017-03-30 16:47:16
서민의 단상에 상련의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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