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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30) 귀향
[자청비](130) 귀향
  • 문성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1.25 09:2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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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탁 시인

고향인 제주를 떠난 지 36년 만에 귀향했다.

육지에 살면서 일 년에 한두 번 제주에 내려오긴 했어도 특별한 볼일이 있을 때만 왕래하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볼 겨를 없이 바쁘게 내려왔다가 올라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제주에 대한 나의 기억은 제주를 떠나기 전에 머물러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년 전 퇴직을 하고 다시 밟은 고향 제주는 그야말로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눈에 익었던 익숙한 도로만 해도 기억나는 건 섬을 한 바퀴 돌도록 만들어진 일주도로하고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도로 와 1,100도로 정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새롭게 생겨난 도로들이 많아서 집을 나서면 길을 헷갈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익숙해졌다. 직장을 찾아 육지로 상경하기 전 마을의 아기자기했던 옛 정취는 수자원공사 시설들과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마을에 살아오던 구성원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열대여섯 가구 정도에 나이가 드신 어른들만 남아 있고 성장한 자식들은 각자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고 외지로부터 전입해서 사는 가구 수가 더 많아져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서 사시는 분들도 적지 않게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제주는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사유로 함께 부대끼다 보니 원주민들과 이주 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편한 부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서로 이해하고 극복하며 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다.

마을의 모습들은 몰라보게 바뀌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천혜의 관광 자원들은 여전하게 잘 보존되고 있었다. 마을에는 문두물과 개명물 용천수가 있어서 상수도가 없던 시절에는 식수로도 사용했고 빨래터로도 이용했으며 지금은 천연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섭씨 30도가 넘는 여름에도 알몸으로 들어가면 1분도 채 못 견디고 나올 만큼 차가운 용천수가 연중 솟아 나와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서 목욕을 즐긴다. 또한, 승용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협재 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하얀 백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어느덧 에메랄드빛으로 곱게 물들고 바다와 한 몸이 되는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여름철보다 지금처럼 한적한 겨울 해변의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그 옆으로는 또 금능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어서 썰물 때면 고운 모래사장이 드러나면서 수심이 얕아지면 어린아이들도 위험 부담 없이 놀기 좋은 자연 풀장이 형성되어 성수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피서를 즐기기 위한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거기에서 조금 더 가면 월령리 올레길이 있는데 6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노란색 꽃이 피어있는 선인장 군락을 감상하며 산책을 할 수 있고 판포 포구를 지나 신창에 다다르면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하얀 풍력 발전기 커다란 날개가 휙휙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전동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주변에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즐비하게 있다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서 독특한 문화와 뛰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고 특히 제주도를 상징하는 우리나라 최고봉인 한라산이 있어서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환상적인 섬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체만 해도 큰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2022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싼 물가, 대중교통 불편, 일부 관광종사원들의 불친절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도 많은 것 같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은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발 벗고 나서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의 명성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한 발걸음을 새롭게 내디뎌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문성탁 시인
▲ 문성탁 시인 ⓒ뉴스라인제주

[작가소개] 문성탁 시인

1966년생
1985년 제주에서 육지로 상경
2022년 제주로 귀향
2023년 9월∼ 시조 문학 도란도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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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옥 2024-01-25 22:25:55
금능과 협재 해수욕장의 비취색 물빛과
석양은 아름 답기로 유명해서,
사철 찿는 발길이 이어 지는 곳이지요.
고향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곳..
글속에서 제주의 옛모습이 그려지네요
좋은 글 잘 읽었 습니다~^^*

실비아 2024-01-25 21:57:20
연어가 모천을 찾아오듯
드디어 고향에서 인생2막이군요
먼길 돌아 온 길 하고픈 일하며
행복하세요^^

신광숙 2024-01-25 20:39:39
36년 전의 제주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지금의 변화된 협재 와 금릉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한 글 속에서 잠시 행복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미깡 2024-01-25 20:00:51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왕준자 2024-01-25 19:25:35
변화된 고향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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