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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식 시인, 세 번째 시집 《생각의 주소》 발간
양창식 시인, 세 번째 시집 《생각의 주소》 발간
  • 양대영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9.08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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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강을 건너는 사랑과 지혜의 서
양창식 시인, 세 번째 시집 《생각의 주소》 표지
▲ 양창식 시인, 세 번째 시집 《생각의 주소》 표지 ⓒ뉴스라인제주

양창식 시인의 최근 시집 《생각의 주소》를 펴냈다.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제1부 ‘미안하다, 일상’, 제2부 ‘민오름 대추나무’, 제3부 ‘오른발의 재발견’, 제4부 ‘바람의 길’ 등 4부로 총70편의 시를 담고 있다.

양창식 시인의 시는 대부분 삶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한 ‘지혜의 시’라 할 수 있다. 그리움과 아쉬움, 안타까움 등의 정서를 담아낸 많은 시편 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경험과 사우로 터득한 삶의 지혜를 담는 데 시의 많은 부분이 바쳐져 있다.

그리고 그 지혜를 나가 아닌 타인과의 공유를 염두에 두고, 삶을 현명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이정표나 지침이 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시인의 의도라 하겠다.

문학의 존재 이유에서 본다면 양창식 시인의 시는 공리적 효용론의 입장에 있다. 그가 삶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을 전하여 공유하는데 시 창작의 의도가 있다고 하겠다.

시인이 지나온 삶에서 얻은 통찰과 지혜의 목록은 다양하다. 《군불》이란 시를 보면 그가 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첫 번째 목록은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은 온 인류가 종교와 인종을 떠나 태초부터 갈망해온 최고 최상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수많은 오류를 범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반대의 흑역사를 써온 게 우리 인류의 실상이다.

그의 또 다른 시 《내리사랑》이란 시에서 말하는 사랑은 ‘낮은 사랑’, ‘깊은 사랑’이다. 높이와 크기를 추구하기 보다는 아래로 깊게 흐르는 사랑의 자세를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사랑’이라는 어휘가 쓰이지 않는다 해도 시 전편의 바탕에는 삶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안하다, 일상》이란 시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하여 이전에 없었던 난관에 봉착했다. 일상이라 여겼던 것들이 일상이 되지 목하고 비대면, 격리, 마스크 착용 등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일상이 다시 온다면/ 살갑게 굴겠습니다/ 즐겁게 대하겠습니다/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는 일상에 대한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이다. 주어진 일상과 삶의 매순간을 진정성 있는 사랑의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사랑’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그의 시는 삶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이번 시집 어디를 펼쳐도 시인이 살아온 삶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로 가득하다. 물론 이러한 삶의 지혜가 단순한 사유와 명상으로서만 얻어진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물욕에 맴돌며/ 일상의 안식을 쫓는/ 어설픈 죄인이어서 반성합니다’라는 고백에서 보듯이 통렬한 자기반성에서 얻어진 지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삶을 수렴하는 인생의 가을 무렵에 영혼을 쏟아 부어 쓴 시인의 고백록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시인이 꿈꾸는 것은 결국 아름답고 예쁜 삶이다. 이 말속엔 예쁘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시인은 그가 통과해온 시간을 돌아보며 얻은 통찰과 지혜를 이 시집에 담았다. 생의 가을을 지나고 있는 자신은 물론 생의 강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건너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은 이정표 내지는 등불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하여 이 시집은 결코 가볍지 않은, 예지로 가득한 지혜의 서라고 하겠다.

양창식 시인은 2009년 《서정과표현》으로 등단했고, 2018년 《시와편견》에 유안진 시인의 추천으로 재등단했다.

시집으로 《제주도는 바람이 간이다》, 《노지 소주》 등이 있다. 서울시인협회, 제주문인협회 회원, 제주국제대학교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도서출판 실천 刊, 값 12,000원. 연락처 010-3231-1418
 

[작품감상]

 

군불

따스한 온기를 느껴봐
부뚜막 위 고양이처럼

뜨거울 때는 사랑이 아냐
불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
불같이 식어지지

사랑은
군불이 되어주는 거야
그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깨고 보면
나이가 들어 있겠지
무심코 기지개를 켜겠지
부뚜막 위 고양이처럼
 

마당에 수선화

어머니 생전에
돌다 구석 따라 심어 놓은 수선화
마당을 갈아엎고 잔디를 심었더니
점점이 흩어져 핀다

어지럽다며 한곳으로 정리하자는
아내의 채근에도
귀 닫은 마당에 수선화
어머니 제사가 있는 3월에 핀다

제삿날 잊을까 봐
올해도 어머니
노랑 수선화로 피어 오셨다
식구들 다 모일 시간이다
 

비울 거면서

산은 높지만
더 높아지려 않고
바다는 깊지만
더 깊어지려 않고

우둔한 곰도
교활한 여우도
겨울날만큼만 채운다

채우는 자는 허망을 채우지만
비우는 자는 허망을 극복하고
마냥 채우는 자는
마냥 비우는 자를 이기지 못함에랴

채울 거면
꽃처럼 향기로나 가득 채우니

비울 거면
가을 들녘처럼 철마다 비우지

종래는 비우고 갈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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