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에
문태준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시집 <맨발>, 창비, 2013
빈 의자를 바라보는 일은 쓸쓸하다. 그 쓸쓸함의 경계에서 빈 의자를 보듬는 나날이다.
저 빈 의자에 머물렀던 꽃잎이며 새들이며 별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원점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삶은 텅 빈 겨울호수처럼 맑아진다.
비우고 또 비우는 일, 남은 생의 숙업이다. [양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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