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길들이기
이안
처음엔 풀 밑으로 숨기 바빴지
한 번 두 번 주고
며칠 지나니
이제는 살랑살랑 마중을 나오네
먹이 몇 번 주었을 뿐인데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 거야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다는 거였어
살랑살랑
길을 들인다는 거였어
길들인다는 말을 처음 쓴 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였다.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백 번 이상 읽은 책의 익숙한 구절이 한 편의 동시로 탄생한 걸 읽어내려갔을 때 숨이 멎는 듯 했고, 화자가 금붕어와 길들여지는 순간 순간에 공감이 갔다.
처음엔 낯가림으로 풀 밑으로 숨기만 하던 금붕어, 차차 냄새에 익숙해져 먼저 마중을 나오는 금붕어, 그 모습이 영상을 보듯 상상이 갔다. 물론 금붕어와 길들임 매개체는 '먹이'다. 관계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반려견이 먹이로 주인과의 관계에 익숙해지고, 반려묘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관계에 익숙해지듯이 모든 동식물간에도 길들여지는 시간과 매개체가 존재한다.
하물며 사람 사이엔 어떨까. 서로의 눈빛과 서로의 마음이 길들여지기 위해선 반드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준 길들이는 법을 보자.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4시가 되면,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길들이는 법에도 참을성과 의례가 필요하다고 가르쳐 준다. 고 작은 금붕어와 길들여지기 위해서 '살랑살랑'이라는 제스처를 수천 수만 번 거쳤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해, 신뢰, 배려'라는 묵중한 의례가 수천 수만 번 들고나야 한다는 것이다.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길들고, 길들여지며 사랑과 사회와 미래를 엮는 것이다. [양순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