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그리고
양대영
애월의 시들을 읽노라면
한결같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달이 솟아오른다
사랑을 품은 보름달이거나
애절한 이별의 조각달이거나
이 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가는
가문동 포구 넘어
애간장,
이 애간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듯
이울고 또 이우는
달빛 저 애월의,
제주 애월(涯月)을 사랑하는 이는 많다. 특히 시인들이 애월을 너무나 사랑하여 애월이나 애월 바다에 대한 시를 많이 남겼다. 나 또한 첫 시집에 남겼고 서안나, 정군칠, 이대흠, 한분옥, 이정환 등 애월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시들을 이 지상에 퍼뜨렸다.
가장 최근 발표한 애월시는 양대영 시인의 '애월, 그리고'다. 그리고 과감히 <애월, 그리고>라는 시집을 낳은 대범한 시인이다.
이 시인 또한 나처럼 애월에 관한 시를 많이 음독했나 보다. 첫행 '애월에 관한 시들을 읽노라면'으로 시작하는 걸 보면. 그리고 '이 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가는// 가문동 포구 넘어/애간장,' 에서처럼 누군가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보낸 아픔의 그늘이 보인다.
그래서 이울고 이우는 달을 바라보며 달에게 본인의 마음을 얹어 ' 이 애간장 아무렇지 않다',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며 그 슬픔까지 거역하지 않으려는 본인의 의지를 반추하고 있다.
'사랑을 품은 보름달'이나 '이별의 조각달'이거나 애월에선 모두 한 사람의 생애처럼 단편적이다. 시인 또한 자신의 생애를 애월 앞에 다 부려놓고 다시 상현으로든 하현으로든 달에게 자신의 마음을 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없이 삶을 노래하겠다는 것이다.
시집 <애월, 그리고>에는 4부로 50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죽음, 안타까움, 그리움의 정서로 가득하다. 시보다 더 감동적인 건 서문이다.
'아들아!/ 오지 못할 먼 길을/ 5학년인 너를 보낸/ 이 아비의 가슴에/ 네 벌초를 가는 아비의 가슴에/ 스물네 해째 폭설이 내리고 있다.//이 시집을 하늘로 부친다.'
이 서문 하나만으로도 시인의 정서를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고도 남는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아직도 시의 우물을 퍼올리며 자기 자신과 끝없는 투쟁을 발현하는 시인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나 또한 2019년까지 5년여 동안 주구창창 애월길 들고났다. 가문동 포구 지나 구엄 중엄 신엄 애월 한담 곽지까지 달 따라 다녔다. 아이들 만나며 문학의 꽃도 피웠지만, 아직 당도하지 않는 나만의 달에 닿으려고 달래고 버리고 울고 웃던 나의 삶이 애월길에 다 뿌려졌다.
삶 혹은 죽음까지도 파도쳤던 시간들. 이젠 미련없이 보낸다. 다시는 서쪽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애월길 넘나들면서 5년 동안 동시집 세 권, 시집 한 권, 동화집 두 권을 낳았다. 애월에게 끈질긴 구애로 얻은 고혹의 시간이었다.
나는 다시 동쪽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반대편 세상에게 더 지독한 구애로 커다란 애월을 낳고 싶다. 애월(涯月)이 아닌 애월(愛月)을. '애월, 그리고' 라는 제목처럼 애월 뒤엔 커다란 고래만한 포획물이 걸려들 것만 같은 확신이 달처럼 버젓이 떠 있다.
시에게 애간장 태우는 시인들에게 애월은 한 번쯤 당도하여 사나흘 집시처럼 쉬고 싶은 안식처다. 특히 장맛비가 연애소설처럼 연속적으로 쏟아지는 유월엔 더욱 더. 그래서 비가 쏟아져내리는 오늘, 이 시는 보이지 않는 달을 향한 그리움으로 한 시어 시어가 야금야금 씹힌다. [양순진 시인]
그 이후가 본론인 듯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