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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68)솔직한 말이 주는 감동
[현태식칼럼](168)솔직한 말이 주는 감동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1.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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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제주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문화원 창립총회 @뉴스라인제주

내가 의회 의장을 재임할 때 제주시문화원이 개원되었다. 문화원 개원식에 의장으로서 참석했다. 문화원 회원은 제주시의 각 분야에서 전문가적 활동을 하거나 그 분야에 뛰어난 기능을 가진 분들이었다.

사실 문화원은 그 지역 문화의 창달과 그 문화를 시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전파하는 역할을 자임한 분들의 자발적 모임인 것이다. 이 문화원 개원식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 때때로 박수치고 마음 속으로 경하하면서 앉아있고자 하였다. 사전에 축사를 요청한 바도 없으니 마음의 준비도 없고 개원식을 지켜보는 것으로 행복하였다. 그런데 사회자가 갑자기 의장 축사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참으로 당황했다. 축사원고도 없고, 그렇다고 원고없는 축사를 마음 속으로 정리하지도 않았으며, 청중은 모두 식견 높은 분들이 아닌가. 문화와 예술에 일가견을 가진분들에게 횡설수설 했다가는 제주시민의 대표기관인 제주시 의회의 장이 체면은 구겨지고 시민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진다.

나는 단상에 올라가서 공손히 인사하고 갑자기 축사를 하라고 해서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하고 “우선 문화원 개원을 축하하며 양중해 원장님은 저의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신데 그때부터 존경하는 분이 문화원장이 되신 것은 문화원의 앞날에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 앉으신 분께 문화에 대하여 췌언을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주시 문화계를 대표하는 분입니다. 여기서 문화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공자 앞에서 도(道)와 예(禮)를 강의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문장으로 소동파에 비견하고 붓을 들면 왕희지일 것입니다. 기능으로 인간문화재에 버금간다고 저는 믿습니다. 때문에 이런 분이 제주시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꽃피워 전국 또는 세계에 제주시의 문화를 드높이고자 하는 그 갸륵한 마음에 참으로 고맙고, 제주시민은 여러분의 영향으로 문화적 생활을 향유하며 수준높은 문화시민의 소양을 갖추게 되겠습니다. 제주시민은 참으로 행복함을 맛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여러분께 감사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하여 제주문화의 우수성을 대외에 널리 알리고, 제주시민의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시는데 수고를 해주십시오. 문화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여러분의 숭고한 뜻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매우 간결하게 그리고 높은 인격과 식견을 갖춘 문화인들의 자발적 봉사에 감사하는 뜻만 말씀하고 하단하였다. 식이 끝나자 문학을 하시는 교육자가 다가와서는 “여러 행사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의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오늘 의장님 연설이 매우 훌륭하였습니다. 나는 면전에서 아부하는 말이 아닌 진심에서 하는 말입니다”고 하였다.

나는 지금도 진심에서 칭찬하는 말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예의를 갖추고 자기를 낮추며 상대를 공경하면 듣는 사람의 심금을 움직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행사장에서 훈화적이거나 성격을 규정하는 말을 하여 지식의 해박함을 과시해도 지금의 청중은 전문지식과 일반상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특별히 감동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연사를 우러러 보지도 않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행사장의 상황을 판단하여 그 상황에 맞는 말을 간결하게 하고 끝내는 것이 좋은 연설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학술이나 전문분야에 대한 강연이나 토론은 다르지만, 진실은 기교있는 화술에 있지 않고 순수한 진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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