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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54)일 년 후에 다시 오라
[현태식 칼럼](54)일 년 후에 다시 오라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9.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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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자전거포를 개업하고 보니 어려운 점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기술이 없으니 기술자를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기술자는 그렇게 기술이 숙련되고 손님을 친절히 맞이하는 것이 아니어서 종업원만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기술없는 약점 때문에 전에 이발관 기술자의 심술에 애를 하도 많이 먹었고 그때 기술자 비위 맞추려 애쓴 것처럼 이번에도 애를 먹었다. 또 같은 업자가 영업방해와 악선전으로 우리를 괴롭게 했다.

기술도 없고 장사경험도 없고 자본도 없으니 며칠 못가 망할 것이라고 동종업자가 악선전하는 것이었다. 사실은 그랬다. 자전거를 언제 만져본 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신문배달 때 자전거 타본 것이 지식의 전부였으니 그럴만도 하였다.

동종업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면서 참석하도록 하고, 참석하면 단체로 욕하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기술도 업는 놈이 망하려고 하느냐는 등 부산·광주 도매상에까지 악선전을 해놓은 것이다. 대부분 부속은 부산도매상과 거래를 트고 구입하는데 구입할 수가 없었다. 자전거는 서울 기아산업에서 대리점 자격으로 거래했으나 부품 구입이 어려워 장사에 곤란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동종업자들의 악선전으로 손님도 없었다.

자전거포는 H형이 직접 경영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나는 무관한 것으로 되어있다. 나는 금융회사일만 하는 것으로 되어 영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점포가 실패하면 인생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부채를 많이 졌으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영업에 전심전력을 다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주인이 자전거 부품 이름도 모르니 종업원이 주인을 속인다. 밤에는 택시를 대어놓고 점포문을 뜯고 들어와서 훔쳐가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발관 운영의 어려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1968년 시작한 점포의 운영을 바꾸기 위해 직장을 그믄두고 직접 경영에 참여키로 결심하였으나 사장이 사직은 안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건강이 나빠 부산 형님께 가서 요양을 하기로 했으니 한달내로 직원을 구하고 업무 인수를 하지 않으면 서류를 책상 위에 놔두고 떠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때야 부산 가서 건강이 좋아지면 일년 있다가라도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고맙긴 하였다. 사직하겠다면 체면상 몇 번 말려보다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년 후라도 오라는 것은 나를 인정하고 있음이 아닌가. 나를 인정하여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이 솟았다. 그렇지만 남의 회사 종업원으로 어떻게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적인 안정을 달성하여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공부를 시킬 수 있으랴. 속으로 다시는 직장생활을 그만하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리고 부산까지 가서 요양할 정도로 여유가 돼기나 하는가. 일주일 쯤 후 점포에 나타났다. 점포는 사장네 집을 임대하였고 위치는 회사에서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길 맞은 편에 있었다. 부산간다고 사직한 사람이 자전거포에 나타나 장사를 하니 사장의 분노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 대신 직원을 못 구해 내 동생을 대신 근무시켰으니 그 집 정보는 잘 전달되지만 노골적으로 거짓말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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