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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53)자전거 점포 주인으로
[현태식 칼럼](53)자전거 점포 주인으로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8.3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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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나 깨나 독립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천원짜리 월급부터 시작하여 금융회사 일을 보면서는 월급이 몇 천원도 되었지만 병원비 약값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안되었다. 개인 회사여서 직장에서 진급할 자리도 없었다. 그러니 앞날이 밝지 않다. 명예나 부나 기대되는 것도 없다. 공무원은 높이 올라가 명성과 권력을 얻지만 작은 회사는 그런 희망이 없다. 이 수입으로는 내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칠 수 없었다. 나의 가슴에 한은 학비를 못내어 그리고 굶어서 불치의 병을 얻은 것이고, 이로 인하여 다른 사람 다 취직하는 공무원도 못되었다. 내 자식도 나처럼 억울하고 가슴에 한을 심는 일을 내가 해서는 절대 안된다.

자식을 낳은 이상 내가 살아있는한 가장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가장은 반드시 경제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니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독립된 사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가슴에 꽉 차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 장사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는 자전거방을 지날 때마다 그 앞에 서서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다른 사업은 자본이 많이 들지만 자전거방은 기껏 튜브 빵구 때우는 고무풀과 수리하는 간단한 도구와 적당한 장소만 있으면 되는 아주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장소도 다른 사업은 세를 비싸게 주는 점포여야 하지만, 자전거 수리소는 창고같이 허름해도 상관없고 바닥이 맨 땅이라도 상관없으니 임대료가 싸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조바심이지만 소자본이 드는 사업도 소자본 자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근무하는 직장을 떠날 생각은 안했다. 더 좋은 직장 더 수입이 많은 곳이 확정되기까지는 지금의 직장을 그만 두면 안된다. 좋은 직장이 나올 때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근무를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일년에 정월 초이틀, 추석에 이틀 이외엔 토요일, 일요일 구별하여 휴식을 가진 적이 없다. 토요일은 정상근무고 일요일은 오후에 수금을 하기 위하여 근무하였다.

하루 수금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이틀치 수금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회사에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수금하고 다음날 입금시켰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사 치르는 날도 하관례만 보고 오후에는 출근하였다. 그래도 회사에 대하여 불평불만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 장사지내는 날도 출근했노라 생색낸 바도 없다.

이렇게 생활하는 중에 O사장이 부도를 내고 자전거점포 물건을 밤새 인수해다 놓는 일이 생긴 것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바로 성경의 말씀이 현실화 된 것이다. “뜻 있는 곳에 길이 있다.”그렇게 자전거포를 해보고자 했었는데 뜻밖에 삼천리자전거포가 부도나면서 그 물건이 우리 수중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 점포의 지분은 H형 60만원, 나의 돈 10만원, 즉 내 지분은 7분지 1밖에 안되니 자전거포를 하겠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H형에게 양보하였다. H형은 사장님께 자전거포를 직접 하시라고 권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사회경험이 많고 사회적 신분도 있으니 모양새 좋지 않은 자전거 장사를 할 의사가 없었다.

O사장이 기아 혼다 오토바이까지 겸하여 장사를 하였는데, 우리 사장님은 오토바이 부분만 아무 말 없이 가지고 자전거는 못하겠다고 하여, H형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나는 이때다 하고 H형을 설득하였다. 지금 금융회사는 직원이 형과 나 두사람 뿐이므로 다른 회사처럼 상무·전무로 승진도 못하고 공무원처럼 권력있는 자리에 갈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에게 “돈도 못 벌고 명예도 못 갖는 희망없는 이 직장에 연연하지 말고 사장 이야기대로 자전거장사를 직접 하시지 왜 사양만 하십니까? 물건은 쇠붙이니 오래 놔두면 다 녹슬어 고물이 되면 비상수단을 써서 그나마 얼마 건져놓은 것이 물거품됩니다. 용기가 없으면 남의 심부름만 하다 인생을 마감합니다. 이 좋은 기회를 왜 놓치시렵니까?” 하면서 며칠을 설득하였다. 그랬더니 H형은 나보고 같이 하겠다면 자전거장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본이 없어 차마 동업을 하겠다는 말은 못하고 H형 보고 장사를 하도록 권하면서 약간이라도 주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같이 동업하자니까 잘된 일이었다. 한참 생각하는 듯 하다가 “동업하자고 하는데 거절하면 형님도 섭섭하고 지금까지 권유한 것은 형님을 회사에서 내보내고 회사 실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오해도 받으니 흥망을 초월하여 같이 하겠습니다. 장사에 대하여는 형님도 문외한이니 어찌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저와 함께 하면 그래도 실패에 대한 불안도 분산되고 어려울 때 협력하면 좋은 방안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비상한 수완으로 남은 다 못받은 채권을 확보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계약을 분명히 않으면 동업은 실패한다. 그러니 계약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나는 H형에게 점포 대표는 형이 맡고 출자는 형이 60만원, 나는 40만원 출자하여 이익 배분을 출자비율에 의하고, 내가 여유가 생기면 50대 50이 되도록 요구하면 형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H형은 물품인수한 것을 출자하고 나는 현금 30만원, 10만원은 기존 물건값에 포함돼 있었다. 도합 40만원을 채웠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밑지는 동업은 없었다. 물건을 확인하고 실제 구입가격을 비교해보니, O씨에게서 받은 물건값은 단가는 비싸고, 인수한 물건은 3분의 1은 불량품이고, 종이박스로 만든 진열장은 쓰레기나 마찬가지니 정확히 평가하면 40만원어치도 안되는 물건을 60만원으로 둔갑시키고, 나는 10만원만 물건으로 계산하고 30만원을 현금 출자했으니 실은 50대50으로 해야 할 것인데 아까운 20만원을 손해본 것이었다. 이왕 그렇게 된 것 참았다. 불화는 동업에는 암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장사 동업자가 되었다. 30만원에 대한 이자는 근무하는 금융회사에서 월급타는 날 지불하면서 동업을 계속하였다. 나의 운명은 이 자전거장사의 성패와 같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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