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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51)상황 반전의 순발력
[현태식 칼럼](51)상황 반전의 순발력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8.2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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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O사장이 부도난다는 전날 저녁 H형과 머리를 맞대었다. 나는 “H형에게 살아날 길이 있긴 한데 조건은 내 말만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나 나쁘지 않을 때도 잇습니다.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거짓말은 나쁘지만 나의 것을 지키려고 하는 거짓말은 나쁜게 아닙니다. 내 말을 안듣고 망하면 H형도 머저리 취급받고 평생 고생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했더니 H형이 마지못하는 듯 응락했다. 몇 시간만 지나면 O사장이 부도나게 되었으니 그렇게 되면 H형도 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판이니 똥 오줌 가릴 상황도 아니었다. H형이 궁금해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내일 돌아오는 당좌를 막아주면 됩니다. 10만원만 있으면 말입니다”고 했더니 H형이 뒷주머니에서 자기앞수표 십만원짜리를 꺼내면서 그 돈은 있다는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도 O사장은 자전거포를 현금받고 팔아 딴 곳으로 뜨려는 속셈으로 우리 회사 장사장을 찾아와 자전거포를 인수해달라고 청을 하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 사장님은 서울에 가 계셔서 하루 이틀 후에 오시게 되었고, 그런데 우리 사장님은 미리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치밀함이 있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방안으로 수표 몇 장에 사인을 해놓고 출장을 간다. 이런 상황을 안 나는 H형 보고 장사장 사모님께 가서 수표 한 장 꼭 필요한 데가 있어 그러니 자기앞수표(보증수표) 10만원을 받으시고 사장님 수표 10만원짜리 한 장 대신 주시도록 부탁해서 수표를 받아오도록 했다. 그런 다음 나는  H형께 다음과 같이 하도록 당부했다.

O사장께 가서 “사장님은 서울에 가 계신데 전화로 O사장의 자전거포를 인수해 주시도록 부탁하고 있습니다” 하고 전화를 했더니 사장님 대답이 “며칠 업무를 보고 내려가서 보자고”하셔서 “O사장은 내일 10만원짜리 수표가 교환 돌아오는데 우선 이것만이라도 막아주시면 합니다” 하고 H형이 장사장님께 말씀드린 것으로 하고 장사장님 대답이 10만원 수표는 막아주는 대신 자전거 점포의 물건은 오늘내로 인수해 두면 업무 보고, 제주로 내려와서 물건값을 계산해서 1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합니다 하는 장사장님 뜻을  O사장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이것은 내가 만든 시나리오며 우리 사장님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H형은 내 말대로 그대로 O사장에게 말하니 O사장은 오늘밤만 넘기면 빚쟁이가 들이닥치게 된 형편이므로 H형의 말을 받아들였다. 크리스마스 전날밤 동문로타리는 눈이 내려 하얗게 일대가 은세계였다.

밤 열두시가 넘어 자전거포에는 흰 천의 커텐을 쳤다. 속에서 물건 숫자를 확인하여 장사장님네 짐차를 빌어 모두 실어온 다음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O사장 손에 넘겼다. 비로소 우리는 호구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물건들은 신문사 차고와 H형네집 일부는 우리 집에 갖다 두었다. 만일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못했으면 아침에 빚잔치가 벌어지고 자전거포 물건은 손에 잡히는대로 채권자가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정말 하이에나가 뼈다귀 물고 뛰는 현상과 흡사했을 것이다. 하이에나가 짐승 한 마리 순식간에 해체해버리듯....

그러면 H형은 거액, 나는 소액이지만 둘 다 망하게 될 뻔 했다. 나의 기발한 생각이 그 위기순간에 발휘되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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