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녀가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괴로운 결혼 생활 속에서 알게 된 젊은 아프가니스탄 남성의 도움 때문이었고 이슬람 사회에서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함께 도망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죄악으로 간주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겨우 17살인 굴 미나에게 닥친 고통은 너무도 가혹했다.
미 CNN의 지난 4일 보도에 따르면 굴 미나는 지난 2007년 부모에 의해 60살의 노인에게 신부로 팔려 결혼해야만 했다. 하지만 5년에 걸친 결혼 생활 동안 그녀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으로부터 심한 매질을 당해야 했고 이러한 사실을 친정에 호소했지만 아버지로부터도 매를 맞으며 "이미 결혼했으니 끝까지 남편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굴 미나는 매질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11월 알게 된 아프간 청년과 함께 아프간으로 탈출했다. 이때만 해도 굴 미나는 자신의 앞날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나 밝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며칠 뒤 친정오빠가 파키스탄에서 아프간으로 그녀를 찾아왔고 오빠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잇었다. 오빠는 그녀와 함께 도망친 아프간 청년을 도끼로 쳐 죽이고 그녀에게도 15차례나 도끼질을 했다. 굴 미나의 두개골이 갈라져 뇌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얼굴은 다져진 고깃덩어리처럼 엉망으로 난도질됐으며 온몸이 도끼에 맞아 부서졌는데도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녀가 죽은 것으로 알고 현장을 떠난 오빠가 사라진 뒤 지나던 행인이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피투성이의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낭가하르 지역의료센터에서 굴 미나는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그녀가 병원비를 낼 수 없었고 그녀를 수술한 의사가 두 달 간의 병원비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굴 미나의 딱한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아프간 여성단체가 그녀를 맡아 보호시설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녀의 고난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전혀 없는 굴 미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은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아프간에서 이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14군데의 보호시설은 모두 국제사회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말 아프간 주둔 외국군들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이러한 기부금들마저 사라질 것이다.
굴 미나는 오빠의 도끼를 맞던 그날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명예살인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간에서는 여성과 소녀들의 죽음이 20%나 증가했다. 현재 아프간의 14군데 보호시설에 이 같은 명예살인에서 살아남은 피해 여성들만 4000명 이상이 수용돼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