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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블락비' 소송과 K팝 치부 혹은 그림자
[기자수첩]'블락비' 소송과 K팝 치부 혹은 그림자
  • 나는기자다
  • news@nagiza.com
  • 승인 2013.01.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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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그룹 '블락비'가 현 소속사인 스타덤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연예계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부정적인 이면이 다시 드러났다.

2011년 '두 U 워너 B?'로 데뷔한 블락비는 직설적인 노랫말로 주목 받은 래퍼 조PD(37)가 키운 그룹이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시장에 쓴소리를 내뱉으며 대안으로 내놓은 그룹인 만큼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자작곡이 가능한 리더 지코(21)를 중심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태국 인터넷신문 'RYT9'과 인터뷰를 하면서 테이블 위에 드러눕는 등 몰지각한 행동으로 비난을 자초했고, 문제가 되자 바로 사과하는 등 몇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그 와중에 기획사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봉합된 듯한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한 것이 바로 이번 소송이라고 볼 수 있다.

블락비 멤버 7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스타덤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소속사는 활동을 개시한 2011년 4월부터 1년간 약정서에 따른 정산의무를 한번도 이행한 적이 없고 지난해 4월 수익금 중 일부만 정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연습실과 숙소 보증금 물론, 안무 강습에도 자비를 들였다는 것이다. "스타덤이 적절한 교육의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전 대표인 이모씨가 제작비와 홍보비 명목 등으로 약 7000만원을 교부받아 잠적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스타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익금을 모두 정산해 지급했다"면서 "전속계약에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매월 25일 정산을 하기로 돼있었으나 2011년 4월 데뷔 후 같은 해 10월까지 6개월간 단 한 건의 수익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매월 정산할 수 없었다"는 반박이다.

소속사 대표 이모씨가 제작비 홍보비 명목으로 멤버들의 부모에게 7000만원을 뜯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초기 매니저로 고용했던 이씨가 스타덤의 '대표이사임' 자격을 도용하고, 명판 등을 위조해 일부 멤버의 부모로부터 편취한 사실이 있다. 그는 잠적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이 사건을 시발로 K팝 붐을 타고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아이돌 그룹의 실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앞서 그룹 'JYJ'와 그룹 '카라' 멤버 3명이 현 소속사를 상대로 벌인 소송과 그룹 '유키스' 멤버 케빈이 전 소속사를 상대로 벌인 소송이 '불공정 계약'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 반해 이번 블락비 건은 '계약 불이행'에 비중이 실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JYJ가 소송을 벌인 SM엔터테인먼트는 기획력과 자본력을 갖춘 국내 최고의 기획사다. DSP미디어 역시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곳이다. 그러나 스타덤은 중소 규모로 자본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초기 투자 비용 탓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에서 자의든 타의든 멤버들에게 각출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덤의 이씨처럼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도 예고됐다고 보면 된다.

최근 2~3년 간 스타덤과 비슷한 규모의 기획사들이 아이돌 그룹을 대거 내놓았다. 이런 사례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조PD가 야심차게 준비한 그룹이 이 모양인데, 다른 중소 기획사들이 내놓은 그룹은 얼마나 급조됐을지 두렵기까지하다. 블락비를 시작으로 불만족스런 대우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자진 해체하는 그룹이 하나둘씩 나올 지도 모른다.

인지도를 쌓은 그룹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하는 기획사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 스타덤도 "멤버들을 선동하고 조장하고 있는 배후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얼마전 어느 걸그룹의 내홍에도 배후 세력의 존재가 거론된 전례도 있다.

아울러 대중음악계의 문제점에 대해 거친 비판을 쏟아내던 조PD도 침묵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

K팝 바람에 편승하는 아이돌의 미래를 이번 블락비 사태는 보여줬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그룹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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