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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의 시방목지](101) 점 하나
[문상금의 시방목지](101) 점 하나
  • 문상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4.0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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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
 

문상금
 

황토 빛 바다
작은 돛단배 한 척

망망대해
점 하나

지웠다 그렸다
이 세상은
점 하나 찍는 일

지팡이 짚은
고독한 자여

탁 탁
목숨 같은
점 하나 찍는
사내여

-제8시집 「하논」에 수록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뉴스라인제주

순간 깜짝 놀랐다, 세밀하고 정교한 ‘폭풍의 화가’ 변시지의 도록을 훑어보다가 ‘점 하나’ 라는 작품을 보고 멈칫하였다.

정말 망망대해 같이 드넓게 펼쳐진 황토색 바다에 ‘점 하나’가 딱 찍혀 있었다. 이렇게나 간단하게 작품 한 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인가.

‘폭풍의 화가’ 우성 변시지는 2013년 6월 8일 87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1926년 서귀포 서홍동에서 변태윤과 이사희의 5남 4녀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만 5세가 되던 1931년 부친 변태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생활하던 중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이후 도쿄로 옮겨 테라우치 만지로의 문하에 들어갔다.

1947년 21세의 젊은 나이로 일본 제33회 ‘광풍회전’에서 입선한 이후 1948년에는 역대 최연소 나이로 제34회 ‘광풍회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광풍회 정회원으로 추천됐다. 1957년 영구 귀국해 서라벌예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1975년 제주로 귀향해 제주 풍광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한국적인 그리고 가장 제주다운 정서를 보편화시키고자 부단히 심혈을 기울이고 모색하였으며 그 중에 제주 특유의 황토 빛을 강조하여 수많은 작품들은 국내외는 물론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귀향의 뒤 끝에서 모색하고 발굴해낸 황토 빛은 대표하는 제주 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새로운 안목과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특히 제주를 기반으로 한 흙과 바다, 태양, 초가, 돌담, 정낭, 까마귀, 해녀 등을 화폭에 옮겨 붓으로 제주의 빛과 제주 풍토의 예술을 구축하기도 하였다.

변시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세계적인 화가이다. 1997년 포털사이트 ‘야후’는 고흐, 피카소, 클림트와 나란히 한국 화가로는 유일하게 변시지를 ‘르네상스 이후의 세계 100대 화가’로 선정을 하였다.

2007년에는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한국관에 당시 생존하는 아시아 작가 최초로 변시지 작품 ‘난무’와 ‘이대로 가는 길’ 두 점을 10년 동안 상설 전시하는 등 세계적인 화가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지웠다 그렸다 이 세상은 점 하나 찍는 일

썼다 지웠다 이 세상은 점 하나 찍는 일

성공했다 실패했다 이 세상은 점 하나 찍는 일

이 세상은 점을 촘촘하게 찍을 수도 있고 띄엄띄엄 찍을 수도 있는 그런 일‘

큰 황토 바다와 하늘의 경계쯤에 딱 찍힌 점 하나, 인생의 마무리 무대에서 폭풍의 화가 변시지가 고뇌한 결론과 철학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망망대해에 선명한 점 하나 남기는 일이라고 제시한 것은 아니었을까.[글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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