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30 06:52 (화)
[연륙교](2) 폭설
[연륙교](2) 폭설
  • 오성세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1.09 09: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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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세 수필가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뉴스라인제주가 《연륙교》코너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작가들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제주의 모습은 어떠한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의 겨울은 육지와 비교해 너무 따뜻하다. 남해안과 비교해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않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난다. 17년 전 서울에서 제주로 와 중산간에서 살기 시작했을 떄 겨울 내내 마당의 개 물그릇에 겨우 세 번 살얼음이 어는 것을 보고 정말 따뜻한 남쪽나라구나!라며 감탄하였다. 지금도 중산간 마을에 살고있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 바닷가 미을에서는 얼음 구경도 못하고 겨울을 넘기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겨울을 잊은 것은 결코 아니다. 고개를 들어 한라산을 보면 겨울 내내 정상과 장구목 능선은 흰눈으로 덮혀있으니 말이다.

매년 한 두 차례 큰 눈이 내린다. 많은 눈이 내리면 1100도로나 5·16도로와 산록도로 그리고 일부 도로의 교통이 잠시 통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산간지역 아래는 영상의 기온으로 내린 눈이 금방 녹아버리니 교통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눈 때문에 비행기 운항이 어려워 운항지연이나 결항으로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있기도 했는데 사전 예보와 적절한 대비,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간다. 지난 달 21일 제주에 또 큰 눈이 내렸다. 갑자기 몰려온 한파로 눈이 쉽게 녹지않고 계속 내리는 눈으로 제설작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마침 그 날 서울에서 친구들이 제주로 오는 날이었다. 오전에 서울에서 출발한 친구들이 제주에 왔을 때 눈과 강풍 등 공항 사정으로 한 시간 가까이 제주 상공을 배회하다가 착륙을 할 수 있었다.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금을 저렸다고 한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지만 눈길 운행이 두려워 나가지 못했고 친구들은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김포 출발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었지만 가까스로 지연 출발해 제주공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후에 계속 내린 눈으로 이미 모든 도로의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버스의 운행은 이미 끝났고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의 줄이 100m도 넘었다고 한다. 간혹 가물에 콩나듯이 들어오는 택시가 있었지만 떨며 기다리는 대기줄은 줄기는커녕 길어지기만 하였다. 공항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라 서로 전화를 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눌 수 있을뿐 어떤 방안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자정이 지난 후 인근에 사는 해병대 출신의 용감무쌍한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분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고에 쳐박아둔 낡은 체인을 찾아 걸고 눈길을 헤치고 공항으로 가서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이 같은 폭설과 한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제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과 도민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는지 의아함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대기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고지대의 만년설이 사라지고 남북극의 빙하가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 고사목이 급격히 늘어나고 제주 인근의 바다에는 못보던 열대어들이 쉽게 눈에 띈다고 한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에는 언제든지 산방산 아래의 용머리 해안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탐방 가능한 날은 년간 50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부문 3관왕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이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되짚어보고 보완해 나가야할 것이다.

오성세 수필가.jpg
▲ 오성세 수필가.jpg ⓒ뉴스라인제주

[작가 소개] 오성세 수필가

1952년생
1970년 진주고등학교 졸업
1978년 서울공대 토목공학과 졸업
2007년 제주 애월읍 이주

자유롭고 여유롭고 싶어 평화의 섬 제주를 찾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를 치며 특히 가곡을 즐겨부릅니다.
합창단도 해보고 연극도 해보고 애월도서관의 글쓰기 모임 '글담 애월'과 어울려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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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isjh 2024-01-10 09:36:08
인구 자연 감소로 인한 생태계의 균형,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생태 변화, 제주도의 열대 식물, 열대어 이것도 기대 되는 대요
물론 지구가 오염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금옥 2024-01-09 11:25:50
눈이 내려서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ㅠ

눈 쌓인 동백 꽃길을 걸으며 마냥 감성에 젖었던게
죄송해지네요..ㅠ

좋은 글 잘 읽었 습니다~^^*

실비아 2024-01-09 10:31:08
섬이라서 불편한 날의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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