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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08)우리나라의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
[자청비](108)우리나라의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
  • 김순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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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김순신 수필가
▲ 김순신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종종 던지는 질문이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 여자 중 누구로 태어나고 싶나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대답이 많다. 대답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다. 그런 질문으로 남자로서 또는 여자로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유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 관계였는지 짚어보게 하고 싶은 것이다.

70~80대의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은 대동소이 하다. 남자들은 여자에 비하면 곧 죽어도 큰소리치며 살았고,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음매 기죽어’ 하는 삶을 살았다.

‘다시 태어날 때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신 남자 어르신이 기억난다. 그 이유는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냐는 것이다. 청소기가 청소해 주고, 세탁기가 빨래해주고, 전기밥솥이 밥해주고, 남편이 돈 벌어다 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 상위’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과거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녀의 차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즉 성평등한 사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는 양성평등으로 행복한 사회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양성평등을 위한 교육과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올바른 성인지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필자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성폭력 예방 통합 강사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나름 남녀 불평등시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강사교육을 받으면서 남녀 차별의 실상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에게도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왜곡된 성 의식 조각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말할 필요가 없다. ‘청소는 며느리가 하는 것이고, 아들이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친정어머니가 있다. 그 어머니의 딸은 아들에게 ‘청소, 설거지, 쓰레기처리 등 집안일을 하는데 남녀가 따로 없다.’라고 가르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나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편견, 고정관념, 왜곡된 성의 이중성을 하나씩 떨쳐버렸다. 오래전 여자라서 차별받는 드라마가 있었다. 요즘은 그런 드라마가 상영된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남녀 평등한 세상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이치와 같이 서서히 변화될 것이다. 나의 60여 년을 돌아보아도, 가부장적 문화, 남존여비 사상에서 오는 성차별의 실태도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경제 수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모여 세계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과 회의를 하는 단체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해마다 다보스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세계 경제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영향력 있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WEF에서는 해마다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그중에 세계 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Index) 보고서가 있다. 성 격차지수는 경제적 참여와 기회(Economic Participation and Opportunity), 교육적 성취(Educational Attainment), 건강과 생존(Health ane survival), 정치적 권한(Political Empowerment) 등 4가지 영역에서 나라별 성 평등 달성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성별격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격차지수는 2021년 156개국 중 102위였고, 2022년 146개국 중 9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성별 임금 격차는 31.5%에 달하였다. 여성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2022년의 보고서를 영역별로 보면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서는 115위, 교육적 성취에서는 97위, 건강과 생존 영역에는 52위, 정치적 권한에서는 72를 기록했다.

성격차의 문제들은 성차별과 맞물려 있다. 성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구조적인 여성폭력 사건들이 줄지 않고 있고,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성별 임금 격차 등 여성의 불평등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40년 동안 온갖 언어폭력과 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그로 인해 남편은 감옥에 갔다. 그제야 남편은 감옥에서 참회의 편지를 보내 왔지만, 아내는 그 말이 더 무섭다고 했다. 이제는 끝내고 싶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 40년 동안 참아 살아온 대가는 성하지 않은 몸뿐이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가장이라는 명분으로 주먹을 휘둘러도 참고 살아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앞세대에서 물려받았지만, 후세에 물려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 남녀 차별, 남존여비 사상이다.

국가 인권위는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여성이 겪는 신체적 위험, 디지털 기술 발전과 결합한 성폭력, 혐오의 문제 등은 복지나 인구, 가족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다양한 인권적 과제들을 성 평등 관점에서 조율하는 집행력을 갖춘 성 평등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189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북경여성행동강령’은 각 정부에 여성발전을 위한 국가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그에 따라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194개국에 성 평등 전담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160개국에는 독립부처 형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별도의 성 평등 전담기구를 둔 이유는 모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 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인생은 다시 돌릴 수도 없고, 다시 태어나 두 번 살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은 계속 새로 태어날 것이다. 그들이 남녀 평등한 세상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은 지금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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