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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의 그림책 여행](9) 몽생아, 그림책 여행 가자!
[김란의 그림책 여행](9) 몽생아, 그림책 여행 가자!
  • 김란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8.13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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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댄 야카리노 (Dan Yaccarino)

그림책을 읽으려고 어린이 도서관에 들어선다. 수다를 떨던 그림책들이 일제히 숨죽이고 나를 바라본다. 이야기꾼인 그림책들은 용감하고 흥미롭고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들을 간직한 채로 무대로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림책들은 어서 답답한 책장에서 꺼내달라는 듯 들썩인다.

나는 가벼운 긴장감과 설렘을 안고 어린이의 눈으로, 마음으로, 책장 앞으로 다가간다. 태풍 ‘카눈’이 시시각각 동쪽 바다에서 몰려오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책등에 ‘폭풍이 지나가고’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태풍 ‘카눈’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책『폭풍이 지나가고』를 쑥 빼낸다. 그러자 그림책이 살아 움직인다. 책 표지가 걷히고 그림책 속 나라에는 폭풍이 한창 몰아닥친다. 그림책 안의 폭풍의 나라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나는 그림책『폭풍이 지나가고』세상 안으로 빠져들어 간다.

아홉 번째로 소개할 그림책은 댄 야카리노의『폭풍이 지나가고』(다봄)이다. 댄 야카리노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책 작가이자 에니메이션 제작자이다. 파슨즈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냈다. 지은 책으로는『나는 이야기입니다』,『거인이면 뭐 어때』,『사랑할 수 없어』등이 있으며,『금요일엔 언제나』는 2009년 볼료나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에니메이션 시리즈 [안녕! 오스왈드], [호기심 많은 로봇 더그의 모험], [윌라의 야생] 등을 기획 제작했고, 백악관에 초청되어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작가는 팬데믹 상황에서 영감을 얻고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폭풍이 지나가고』는 <뉴욕 타임즈> 2021년 최고의 책 등 여러 상을 받았다.

『폭풍이 지나가고』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우리는 살다 보면 종종 위기를 겪는다. 이럴 때 우리는 혼자보다 둘이 더 나으며, 가족끼리 똘똘 뭉치면 위기를 훨씬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의 마음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족 사랑도 이어 붙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림책『폭풍이 지나가고』를 함께 읽은 가족들은 가족 사랑을 서로 단단히 이어 붙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은 든든한 가족 울타리 안에 있음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댄 야카리노가 불안한 상황에서 영감을 얻고 만든 그림책이다. 창밖에 먹구름이 점점 걷히고 햇살이 환하게 비치고 있다. 햇살 가득한 창밖을 바라보는 가족의 뒷모습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서로 단단히 이어진 사랑의 끈이 보인다. 가족의 뒷모습에서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가족이 똘똘 힘을 뭉쳐서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힘이 느껴진다.

그림책『폭풍이 지나가고』안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가족들은 폭풍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우리 함께 댄 야카리노의『폭풍이 지나가고』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폭풍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몰랐어요.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집안에만 있어야 할지 몰라요.

창밖엔 바람이 불고 빗발이 창문을 치며, 온 세상이 컴컴해지고 폭풍이 몰려온다. 폭풍이 끝날 때까지 이들 가족은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집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가족들은 이러한 상황이 불안하여 어찌할 줄 모른다.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온 가족이 함께 집에만 있으니 어딘가 어색했어요.
-자꾸 문제가 생겼어요.
-분위기도 나빠졌어요.
-점점 더 나빠졌어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답답해진 아이들은 예민해져 서로 다투고 말썽을 부리다가 결국 부모는 언성을 높이고 만다. 이대로라면 가족은 행복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태풍이 오기 전까지와는 다르게 이제 가족은 다 함께 있는 공간이 어색해졌다. 이 가족은 그전까지는 행복하게 지냈다. 하지만 태풍이라는 위기 상황이 오니까, 서로에게 잠재돼 있던 이기심, 욕망, 불만 등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동안 이 가족의 화목, 행복은 가면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태풍이라는 위기 앞에서 서로의 속마음과 민낯이 드러나고 만 것이다. 이제 가족은 서로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제 행복하지 않으며, 각자 혼자만 지내던 공간을 그리워했다.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더 나빠졌어요.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가족인데 말이에요.

아빠가 제일 먼저 불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빠의 모습은 아이들이 겁을 먹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아빠를 피해 방 안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로 듣기 좋은 말을 왜 한 마디도 못할까요.
-모두 혼자 있는 게 좋았어요.
-혼자 있으면 서로 화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집 전체가 흔들렸어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거센 폭풍은 집 전체를 흔들고 정전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의 야단에 무서워서 각자 방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이지만, 자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부의 공격이 오자 결국은 안전한 부모의 품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럴 때 부모들은 아무 조건 없이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서로가 가족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어찌할 수 없는 큰 위기를 맞아 두렵고 힘들지만, 가족이 함께 있기에 힘이 되고 견딜 수 있다.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우리는 여전히 화를 냈어요. 하지만 금방 풀었어요.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졌어요. 함께하는 게 점점 좋아졌어요.

이 가족은 폭풍을 만나기 전까지는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몸의 아픔, 여러 가지의 실패, 관계의 문제,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 코로나와 같은 커다란 공포 등등 도저히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폭풍을 만나면 가족의 힘과 위대함이 서로를 살리게 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 어려운 태풍을 무사히 이겨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폭풍으로 인해 집안에 갇히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온 가족이 서로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되는 신비한 시간이 된 것이다.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 댄 야카리노,『폭풍이 지나가고』, 다봄. ⓒ뉴스라인제주

-우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요.

처음에 불만과 불안이 가득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앞으로 이 가족은 폭풍 같은, 온갖 삶의 어려움과 위기가 닥쳐와도 마음을 합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폭풍이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밖에 나갈 수 없게 된 가족들은 집안에서 함께 지내야만 했지요. 어색하고 낯선 하루하루를 보내며 서로의 신경을 긁고 화나게 했어요. 폭풍이 더욱 무섭게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 모두가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은 다시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고 함께 나누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가 전염병이나 기상 현상 같은 외부의 어려움으로 일상이 정지되고 위축되었을 때, 함께하는 가족의 존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 다봄 출판사 -

댄 야카리노의『폭풍이 지나가고』그림책을 통해 한 가족 앞에 닥친 비바람과 어둠을 모험한 어린이 독자들은 가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부모와 형제들의 얼굴을 쳐다보게 될 것 같다. 가족,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일까.

(댄 야카리노의 『폭풍이 지나가고』외 다른 그림책들)

김란 (그림책, 동화) 작가
▲ 김란 (그림책, 동화) 작가 ⓒ뉴스라인제주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당선.

단편 동화집 『마녀 미용실』, 그림책 『외계인 해녀』, 『몽생이 엉뚱한 사건』, 『파랑별에 간 제주 해녀』, 『돌고래 복순이』, 어린이 제주 신화 『신이 된 사람들』, 그림동화 『차롱밥 소풍』 , 『오늘, 우리의 카레라이스』 . 하남시 스타필드 작은 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그림책 원화 전시.

논문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삶과 작품 연구』.

현재 제주에 살면서 그림책과 동화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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