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봉낙조(紗峰落照)
오을탁
저녁노을 지는 풍경은
지상에서 가장 신비스럽다
억겁의 시간을 품고 있는
태양의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그 아래 숨을 곳은 없다
사라봉 서녘 하늘 풍광도
한낮의 갈등과 위선
충동과 강제의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라도 하듯이
붉은빛이 바다까지 삼키면서
장렬히 어둠으로 들어간다
바다로 미끄러져 나온
서부두(西埠頭) 방파제
탑동(塔洞)에서 도두봉(峰)은
들고나온 해안선
그 정취 있는 선 따라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어스름 산 아래
산지포(山地浦)에서는
출범하고 귀범(歸帆) 하는 광경
이즈음 지는 해가
산의 능선을 고요히 비추면
황색 비단을 덮은 듯하다
노을은 무너지는 과정에서도
그만의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사라봉(紗羅峰)의 낙조(落照)
한없이 경이로운 그 시간 속에서
탐라인 들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생활의 지혜를 배웠을까.
□ 오을탁(吳乙鐸) 시인(작가), 프로필
1959년 제주 출생.
제주국보문인협회 사무국장,
월간 국보문학 등단(고도, 홀로서기, 숨은그림찾기 작품 신인상 수상)
한국국보문인협회 편집위원,
한국국보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신문 작품대상.
시집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말을 잊었노라》
<저작권자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