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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출간
서안나 시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출간
  • 서보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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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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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표지
▲ 서안나 시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 표지 ⓒ뉴스라인제주

서안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가 출간되었다. 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부터 세 번째 시집 『립스틱 발달사』에 이르기까지, 현실 세계에서 이뤄지는 ‘의미의 난개발’을 막고 거기에 ‘사랑’이라는 천막을 지은 채 유목하는 아토포스적 미학을 보여주었다.

문명의 잔혹함 앞에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떨림의 시를 보여준 그녀에 대해 이재복 평론가는 “세계 내에 자리한 문장을 발견해 내는 고도의 시적 성찰로서의 사랑”을 시인이 보여주었다고 평했으며, 임지연 평론가는 “당신이라는 영원한 타인에게 보내는 비범한 사랑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단독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문명이라는 허구의 풍경 너머에 있는 ‘당신’을 끊임없이 호명해온 시인은 이번에 펴낸 네 번째 시집 『새를 심었습니다』를 통해 그동안 마주쳐온 비문명의 이미지들을 ‘고요’라는 그릇에 담는 과정을 보여준다.

“내가 만난 수많은 사물들의 얼굴과 그 얼굴 뒤편에 있는 고요를 만나기도 한다. 그 고요의 내부에 불타는 눈동자를 만나기도 한다”고 시인은 시집 출간에 앞서 한 매체에서 밝힌 적 있다.

그녀가 사랑해온 타자는 문명과 자연을 화해시키는 게 아니라 서로 대립시킨다. 하지만 반문명의 에너지를 지닌 듯한 그 ‘불타는 눈동자’는 궁극적으로는 ‘평소에 잘 나타나지 않는 세계의 숨겨진 얼굴을 들추어내는’ 힘을 담고 있다. 즉 문명이 우리에게 뒤집어씌운 거짓 풍경을 지워내고 그 위에 진실한 생명의 씨앗을 뿌리려는 내적 열망으로서의 ‘결기’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소멸’이 아니라 ‘창조’를 꿈꾸는 그러한 열정을 시인은 타자에 대한 새로운 사랑의 질감으로서 이번 시집에서 표현해낸다. 『새를 심었습니다』에서 시인이 보여준 결기를 통해 독자들은 시인이 발견한 또다른 사랑 안에 머물며 우리 모두가 그리워해왔던 근원적인 ‘당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손톱’이란 시에서 ‘손톱’은 나로부터 자라나는 육체이다. 손톱은 이미 죽은 세포이지만, 식물과 같이 끊임없이 자라나 나의 말단이 되고, 결국엔 잘려 나의 바깥이 된다. 끊임없이 자라나고, 끊임없이 버려진다. 손톱을 들여다보며, 손톱을 깎으며 내게 찾아오는 몇 이미지들을 지나, 시인은 이 손톱의 영혼을, 나의 바깥의 영혼에 찾아오는 밤을 떠올리게 된다. 죽은 채로 자라나고, 결국 버려짐으로 나의 바깥이 되는 ‘영혼의 세계’와 육체적인 고통 없이 영혼이 잘려 나가는 ‘비실감의 세계’는 분리된다.고 보고 있다.

이 시집에는 ‘새“가 많이 등장한다. 이 새들은 무엇인가? 각각의 시에서 등장하는 새들은 같은 새인가? 날개가 있을까? 각각의 울음소리는 어떨까? 이 새를 ‘이미지’라고, 시의 ‘질료’라고, ‘시어’, ‘대상’, ‘주체’라고 말해보아도 충분치 않다. ‘감각’, ‘관념’, 혹은 ‘실체’, ‘실체화된 관념’, ‘관념화된 감각’이라고 말해보아도 역시 충분치 않다. ‘보조 관념’이나 ‘상징’이라고 말한다면 오답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이것이 ‘새’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서 새는 때론 쓰다듬을 수 있는 대상(「소년들의 세계사 2」)이기도 하고, 뿌리와 씨앗을 가진 식물(「새를 심었습니다」)이 되어 자라나기도 한다.

“내게만 보이는 통증”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착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새는 시적 화자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새라는 통증」) 죽은 채로 내 머릿속에 있기도 하고(「새라는 통증」), 기침을 하면 내게서 튀어나오기도 한다.(「새를 깨닫다 2」) 각각의 시편에서조차, 행간에서조차 직전의 새가 지닌 속성과 의미를 벗어난다. 앞서 멀리 날아간 손톱이 얼굴이 되었듯 그 형태와 존재 방식을 바꾼다.

그러나 “새가 아니라고 말해도 새”가 되고 마는 이 새는 모양과 속성을 떠나 결국 새이다. 이 새는 어떤 시에서는 “비정규직” “감정노동자”의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새를 심었습니다」) 읽을 수도, 미성년 화자들의 혼돈이나 쓰는 존재로서의 시인의 혼란의 표상이라고도 읽을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이 새는 벗어남 그 자체, 날아가고 미끄러짐 자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의 존재로부터 낯설게 되기를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는, 그럼으로 새가 되는 존재이다. 이 새를 자아가 외부를 낯설게 포착하여 얻어낸 것이라거나,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한 것이라는 기성의 시론을 대입해서는 충분치 않다.

서안나 시인은 1990년 《문학과 비평》 등단했고.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 발달사』,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 『정의홍 선집 2』 『전숙희 수필선집』,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이 있다. <불교문예 작품상>을 수상했고. <서쪽>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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