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9 11:17 (월)
[문상금의 시방목지](67) 벚꽃 눈 내릴 때
[문상금의 시방목지](67) 벚꽃 눈 내릴 때
  • 문상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4.11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린다는 것은, 떨어져 내린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잠시 눈이 혼탁해져 잘 보이지 않았던,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벚꽃 눈 내릴 때
 

문상금
 

섭섭함이
다(多)하여
흰 눈으로 내리라 하면

제일 먼저
너의 방 창가를

흩날리다

마당으로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고 싶다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뉴스라인제주

낙화(落花)를 바라보고 있다, 꽃들의 하염없는 뛰어내림을 보고 있다. 누구는 꽃눈이라 불렀고 누구는 꽃비라 불렀다.

톡톡, 나풀나풀, 꽃은 가장 절정에서 날아올랐다가 떨어져갔다, 꽃은 스스로를 버리고 나뭇가지라는 수천 길 벼랑에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반짝 반짝 새것들이 태어났다.

그 꽃 진 자리, 꼬물꼬물 자라나는 그것들. 마치 흉터 위에 새 살 돋듯,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열매 같은 그것들.

꽃의 탯줄이 붙어있던 그 마른 흔적들은, 톡하고 떨어지는 순간, 새로운 생명의 시발점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아하, 모든 시작점도 그 안에 있었고 모든 종결점도 그 안에 있었다, 소통도 불통도 바로 그 안에 있었다. 섭섭함도 절망도 기쁨도 모두 그 안에 있었다. 떨어져 뒹구는 꽃잎 한 장 안에 모든 결과지가 다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애벌레나 새싹들이나 꽃잎들이거나 꼬물 꼬물거리는 것들을 사랑한다.

그 살아있는 처절한 몸부림을 위하여 꽃잎들은 스스로를 잊었다, 형형색색의 꽃잎들과 꽃술의 화려함을 버렸고 욕망을 떼어내는 것이며 허공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리곤 다시 어디론가 힘껏 뛰어내리는 것이다.

가장 절정에서, 그 환한 몸짓을 누군가는 ‘꽃눈이 나린다’라고 소리쳤고 또 누군가는 ‘꽃비가 쏟아진다’라고 외쳤다.

꽃은 꽃에게로 돌아가기 위하여 그렇게 날아올랐던 것이다. [글 문상금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