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꿈이고 사랑이며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진심으로 크게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 꽃이 되고 별이 되고 보석이 되고 비로소 친구가 된다’
이름
문 상 금
아,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되다니
많은 시간의
강(江)을 지나
이제야 또렷이
이름을 알게 되다니
너의 이름
석 자를 부르자
그 보석 같은 이름 속에서
빛의 화살이 날아와
내 심장을 찔렀다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내가 시(詩)의 향기(香氣)를 널리 전파한다는 취지로 시민들과 함께 창립한 숨비소리 시낭송회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애송시 중 하나이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 잠” “라이너 · 마리아 · 릴케” 이런 시인(詩人)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낭송되어 들리는 시 한 구절, 그 이름 하나하나를 듣고 있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울컥해질 때가 종종 있다. 별은 바로 꿈이고 추억이며 그리움이다. 이름도 꿈이고 사랑이며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좋아한다, 나도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러줄 때 온 몸이 떨리도록 기쁘다.
또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해서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수박 겉핥기로 알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우연히도 누군가의 진면목이나 장점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면 그 누군가는 내게로 와서 정말 심장이 떨리도록 눈부신 보석이 된다. 엄청 큰 보석으로 반짝거린다.
또렷이, 큰 소리로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엄청 눈부신 보석으로 날아가 심장에 꽂혀드릴게요. [글 문상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