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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45)출마를 해봐야 성숙해진다
[현태식칼럼](145)출마를 해봐야 성숙해진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11.0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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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출마하면서 자신했다. 내가 이 지역에 쏟은 정열이 얼마이고, 지역 발전, 즉 교육·금융·경로·사업을 하는 과장에서 나를 인정하였고, 나의 희생과 순수함에 한번은 지지해줄 것이다. 그래야 이 지역 유권자도 도리를 하는 것이 된다. 경험이나 학교성적이나 일을 처리한 능력이나, 다른 출마자보다 나는 월등하다고 나 나름대로 생각했고, 시중여론도 그랬다. 처음에는 이름만 내걸면 문제 없다 하다가 후보등록 날짜가 다가오니 돈만 약간 쓰면 월등한 표차로 당선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돈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떨어지면 오히려 그것으로 끝이니까 떨어졌다고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입후보 날짜가 임박하여 사무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였더니 평소에 그렇게 호의적이었던 사람이 물러서는 것이었다. 이 일을 당하고서야 인간의 간사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경험이 많다지만 선거경험은 처음이고, 선거판의 인심에 대하여는 모르고 있었다. 양재동씨를 사정하여 사무장으로 등록했다. 제주시에서는 1번으로 입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현판식을 가졌다. 처음에는 선거를 도와준다고 여자분들이 30여명 모여들었다. 사무장에게 얼마의 돈을 주고 법정선거운동원을 등록하고 법에 정한 일당을 주도록 맡기고, 나는 내가 아는 사람을 찾아 출마이유를 설명하고 다녔다. 

한 3일이 지나니 선거 사무실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자원봉사하는 아들 친구 한 명, 전화 담당하는 여자 한 명, 사무장 한 명 이렇게만 남았다. 알고 보니 조직비 명목이다 활동비 명목이다 하는 돈을 쥐어주지 않으니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사무장 보고 며칠치 운동비를 앞당겨주는 것은 어떠냐 했더니 사무장은 “내가 부정선거하려고 사무장 맡았으냐, 사무장 그만두겠다. 나도 공명선거 치르는데 협조하려고 사무장 맡았는데 나를 어떻게 보느냐. 나는 당신만 못하냐?”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면목 없는지 부끄러웠다. 내가 잘못 말했다 해도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 특히 문대탄씨를 앞세워 사무장을 설득·이해시키고 다시 나오도록 하고 사무장이 하는대로 맡겼다. 나의 캠프에 합류했던 여자분은 다른 후보자의 캠프로 거의 가있었다.

신제주초등학교 육성회장 지낸 분들이 모여들었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면 안된다. 우리가 무보수 자원봉사하겠다며 문대탄 회장 부부, 김춘방 회장, 이규채 회장이 자원봉사다로 왔고 형제, 고등학교 동창이 발벗고 나섰다. 또 사돈집에서 여러 형제가 말없이 도와줬다. 이렇게 되니 선거 분위기는 살아났지만, 곳곳에서 다른 후보는 돈을 뿌리는데 당신은 여론은 좋지만 자꾸 표가 떨어진다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각오한 일이다. 돈 안쓰고 공명선거한 본보기가 되겠다고, 이 다짐을 실천하기 위하여 거리에서 홍보물 나누어 주는 일을 하면서 혼자만 다니다 저녁에도 일찌감치 잠을 잤다. 건강도 체력도 감당못하여 집에 일찍 들어온 것이다. 며칠 더 있으면 상황이 역전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가 돌아다녀 봐도 표가 우수수 떨어지고 분위기가 늦가을 낙엽지는 스산함이 감돌았다.

그런데도 소견 발표해서 내가 조금 인기가 올라가고 돈에 흔들리지 않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지방자치에 올바른 사람 보내야 한다는 양심적 유권자의 목소리도 커졌고, 열심히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도 조금씩 늘어났다. 투표가 끝나 개표하고 보니 그래도 정직한 유권자의 표가 많아 나는 연동에서 4명 후보자 중 1등으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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