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3 13:40 (금)
[현태식칼럼](133)산고(産苦) 겪었던 연동경로당
[현태식칼럼](133)산고(産苦) 겪었던 연동경로당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9.23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신제주새마을금고 이사장 5년간에 일어났던 일을 책 한권에 기록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많은 일들을 연속으로 해냈다. 연동경로당 건축공사도 이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신제주새마을금고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서는 지역에 불우한 사람에게 쌀가마도 돌리고, 겨울 내의도 선물하는 한편 장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초등학교 교육에도 경제적 지원을 하여 금고에 대한 인식이 날로 좋아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봉사에 헌신한 분을 표창하는데, 금고가 이런 분을 선정하여 총회에서 전수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제주시장에게 이 뜻을 전달하였더니 매우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이었다.

그래서 지역봉사를 잘하는 사람은 시장님을 돕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지역일은 모두 시장 책임하에 처리될 문제들인데 우리 금고가 불우이웃돕기, 경로사업, 학자금 등을 지급한 것은 어느 하나 시장님이 안하고 넘길 일이 아닌데, 우리가 자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바 이것은 곧 시장님 할 일을 대신하여 결국 시장님을 돕는 일이며, 연동에서 시민봉사정신이 강하고 모범적이고 예의와 준법과 자율성이 있는 분에게 표창패를 주는 것은 우군을 많이 만들어 시장의 책임을 덜어드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안들어주어서 표창패 비용과 문안은 모두 내가 책임질 것이니 시장님 명의만 빌려주고 직인만 찍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하여 시장의 명의를 빌려 모범동민 표창패를 만들고, 새마을금고 정기총회장에서 전수하여 식장을 빛냈다.

개회식에 부시장님이 참석하였다. 이사장인 내가 개회사에서 노인문제를 심도있게 거론하며, 우리 금고가 노인 모시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하는 당위론을 펼치자, 식이 끝나고 가시는 부시장님이 동장에게 왜 동장이 해야할 일을 금고 이사장이 걱정하느냐, 연동경로당 건립에 대하여 무슨 대책을 세우라는 뜻을 전하고 가셨다.

상관의 경로당 건립에 대하여 한 마디 언급한 것에 야단법석이 났다. 이것이 연동경로당 탄생의 서막이었다. 그 당시 제주시에는 노인회관이 있었지만 회관다운 것은 용담동 노인회관 뿐이었다. 신제주 신시가지가 개발되어서 경로당 신축 움직임이 있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져버려서, 노인문제는 날로 더하지만, 그 대책을 세우는 기운은 없을 때 생긴 일이어서, 모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꼭 해야할 사업이라는 데는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금고는 경로당 지을 힘이 아주 모자라서 여론을 환기시켜서 기회를 만들자던 것이 부시장님 한 말씀에 경로당 건립 여론이 불쑥 솟아오른 것이지만,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먼저 추진위원 구성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강창수 부시장님 말씀에 의하여 앞장선 동장은 김문하씨였다. 우선 추진위원 구성부터 착수되었다. 추진위원 구성을 위한 회의가 동사무실에서 개최된다는 통지는 받았으나 나는 참석치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일은 너무나 힘들 것이고, 참석하면 추진위원으로 뽑히고 추진을 거의 책임지다시피 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나는 측면 지원이나 하지 가운데 들어서고 싶지 않았다.

동사무실에 모인 사람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경로당 건립기금 2,000만원을 희사하는 원주민 단체인 연화친목회 회장이 피선되었다. 원주민의 위상도 세우고 회사도 받아들이자는 뜻이므로 잘된 일이었다. 그런데 한달 여가 지나도 활동이 없었다. 경로당을 건립하는 자금을 순전히 동민희사금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모금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어도 될까말까인데 모금 활동이 없는 것이다. 나는 미리 그럴줄 알았다. 이 어려운 일을 누가 앞장서 하겠는가. 앞장 설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 당시 1987~8년에 2억이 넘는 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희사로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실 지금은 마을마다 동네마다 경로당이며 복지회관이 들어서 있지만, 이것들은 지방자치시대가 되어 지방의회가 생기면서 시청공금으로 지어준 것이지 주민헌금으로 된 것은 몇 개 안된다. 특별한 독지가 없이 주민헌금으로 이룩한 경로당은 연동경로당이 유일할 것이다.

어찌됐든 모금 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니 추진위원 회의를 하고 분석한 결과 신제주새마을금고 현태식 이사장이 참여 안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고, 추진위원 재구성회의를 열고 나를 꼭 참석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은 나는 늘 건강이 좋지 않으니 매사를 무리하면 건강이 악화되어 자리에 눕게 되기 때문에 몸 건강이 걱정이었다. 신제주새마을금고 일도 너무나 벅차서 낮에는 집에 와서 몇시간씩 휴식을 취하여야 하는데 경로당건립추진위원까지 맡아서 남의 싫은 것을 앞장서는 것은 나에게는 감당키 어려운 부담이었다.

너무나 참가를 권유받아 회의에 나가보았다. 추진위원 재구성이라는 명칭도 부끄럽게 오직 나를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아무도 빼지도 않고 더 증원도 없었다. 단지 나를 수석부위원장으로 뽑으면서 당연히 추진위원장을 해야지만 연화친목회에서 이미 2,000만원 희사할 뜻을 밝혔고, 원주민 친목단체인 연화칙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것은 원주민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추진위원을 재구성해도 별 성과가 없었다. 동장이나 추진위원장이 앞장서야 하는데 별 움직임이 없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경로당 건립에 협조를 구하는 설득을 해야하는데, 기껏 찾아가 목이 쉬도록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도 냉담하게 돌아서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에, 기금모금에는 빠지려 하는 것이다. 위원장도 동장도 주책임자가 나서지 않는데 추진위원이야 말해 무엇하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