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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131)융통성 없는 공직사회
[현태식칼럼](131)융통성 없는 공직사회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9.1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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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그 중 특별한 것이 남군청에서 건축허가를 받는 작은 일이 한 건 있었다. 노태우태통령이 분당 일산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아파트 건설을 하는 때였다. 노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백만호 주택 건설’을 약속했는데 이 공약을 이행한다고 하여 일시에 공사를 벌인 것이다. 그런 관계로 전국에 대형건물 건축허가를 주지 말도록 건설부장관이 지시하였다.

이런 때 우리 금고 회원인 김정구씨가 모슬포에 여관을 확장하기 위해 증축 허가를 남군청에 신청하였으나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다. 모슬포에는 몇 층 되는 건물을 지으려면 군부대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공군 전파관리 관계와 레이다시설이 있는 관계로 동의받는게 매우 까다로웠다. 이 절차도 밟고 여관 일부는 이미 건축하였다. 일정 평수 이상이면 면허있는 회사에 도급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렇데 되면 도급액의 10%를 부가세로 내게 되서 건축비가 더 소요된다. 이것을 절감하기 위하여 김정구씨는 서울서 평생 건축업을 한 경험으로 제주에 와서 신제주에 건물을 지어 살면서 모슬포에 여관을 손수 인부를 대어 짓고 있었던 것이다.

여관을 반쯤 지어 놓고 나머지 반은 평수가 얼마 되지 않아 건설부장관이 지시한 평수보다 작은 평수이므로 당연히 허가가 날 줄 믿었는데 한사코 거절당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찾아와 하는 말이 당신은 제주도 사람이고, 그래도 금고이사장이면 외지인인 나보다 말발이 설 것이니 남군청을 다녀와 달라는 것이다.

그 분은 이미 건축자재는 일괄 구입해 놓아서, 만일 건축허가가 나지 않으면 구입한 시멘트는 굳어져 못쓰게 되고, 철근은 녹슬어버리고 목재나 다른 재료도 손실이 많이 발생하게 될 판이었다. 모슬포 건축현장을 가보니 그의 말대로 자재를 구입해서 노지에 쌓아놓고 시멘트도 천막으로 덮어놓고 있었다.

그 길로 남군청에 갔다. 아내와 같이 가서 군청 앞마당에서 기다리고 나 혼자 들어가서 건설과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안된다는 것이다. 건설부장관의 지시는 절대 따라야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장관의 지시라 해도 지역민이 지극히 곤란을 당하고 손실이 많게 되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외면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공무원이 상부지시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상부지시도 따를 것과 지키지 않을 것도 있을 수 있다. 이 건은 지시내용보다 적은 평수이니 지시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기 완성된 부분과 합산하여서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건설부장관은 일산 분당의 건설자재를 공급하기 위하여 다른 민간건축을 제한하는 것이지 이미 재료를 다 확보하여 놓은 것도 지시사항에 해당된다고 견강부회하는가 하고 했더니 당신 말처럼 건축재료를 확보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아느냐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것은 현장을 가보면 알 것이 아닌가. 이제 가보자 했더니 자기가 왜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군청이 군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군민의 경제활동을 조장하는 책임이 있는데 현장 확인을 거절한다면 공무원이 앉아서 군민의 애로사항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 내가 보기에 남군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 등록세 재산세가 많이 들어와 재정이 늘어나는 것이고, 인구도 유입되어 어느 모로 보나 이런 일은 협력하여 일을 빨리 진행시키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군민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데 더 주안점을 두는 행정을 하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득해 보아도 소귀에 경읽기였다. 정말 馬耳東風이었다. 귀찮다는 반응 뿐이었다.

과장이 들어오기에 과장 앞에 똑같은 말을 해도 대답이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거절이었다. 군수가 외부에 나가서 만나지 못하니 기다렸다가 오후에 만났다. 만나서 똑같은 말을 하니 대답이 어떻게 계원, 계장, 과장, 군수가 그렇게 같은지 군수님까지 이렇게 나온다면 정말 남군은 사람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 군수님이 군민의 고통에 대하여 이다지도 냉정할 수 있습니까? 국가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국가는 국민 없이 성립되지 않고 납세없이 정부가 존립 못한다. 국가는 어떤 경우든 국민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공약사항이 어디 모든 국민의 활동을 중단시키면서 이행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성립될 법이나 한 일인가요” 나는 또 계속해서 “군수님이 이미 자재까지 다 준비한 것을 상부지시라는 것을 억지로 끼워맞추면서 군민의 경제활동에 제동을 걸다니 참 한심합니다. 관료주의의 병폐가 이렇게 극심해서야 나라가 희망이 있겠습니까? 건설부장관이나 대통령도 건축자재를 충분히 마련한 후 공약을 이행하여야지 건축자재 예측도 못했다가 건축자재 확보라는 이유를 대며 전국의 건축활동을 규제함도 가당치 않을 뿐만아니라 군수님도 이유가 성립되지 않은 억지를 가지고 군민을 망하도록 해서 되겠습니까?” 이렇게 막나가니 ‘한 가지 방법은 있다. 건축자재 구입 영수증을 첨부하여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정말 안들었으면 싶었다. ‘방법도 군수인 자기가 다 말해준 것이니 이 방법으로 하는 것도 안된다’는 것이 아닌가. “현장도 안나가겠다. 자기가 가르친 방법이니 재료구입 영수증 첨부 방법도 안된다. 군수님이 정말 민주주의 국가의 공복으로서의 공무원인지 의심스럽습니다”하였더니 이번에는 더욱 민망한 말을 한다. “나도 법대를 나와서 법을 잘 안다. 당신이 뭔데 남의 일을 가지고 귀찮게 하는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퍼뜩 머리에 스치는 것이 나를 브로커로 몰려고 하는구나, 나는 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우물우물 얼버무려서 나의 스타일만 구기지 않을 정도로 해서 물러나왔다.

내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주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되지 않는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놓아서 말을 해야지, 정말 세상이 이렇게 무섭고 냉혹한가 생각하니 소름이 쭉 끼쳐왔다. 지방의회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때였다. 나는 지방의원이라도 되어 이 억울한 사람의 사정을 정정당당히 대변해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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