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색 털과 주황색 눈의 고양이 ‘모리스’가 오는 7월로 예정된 동부 베라크루스주(州)의 주도 할라파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생후 10개월 된 고양이 모리스는 ‘쥐에게 투표하는 것에 지쳤으면 고양이에 투표하세요’라는 슬로건을 걸고 선거운동을 펼쳐 소셜미디어에서 정치에 지친 수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모리스의 주인인 세르지오 차모로(35)는 “잠만 자고 일은 전혀 안 하는 모리스가 정치에 제격”이라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차모로와 그의 친구들이 정치인의 공허한 공약에 환멸을 느껴 모리스의 시장 출마를 추진했으며 모리스의 시장 출마 소문이 멕시코 전역에 퍼지면서 오는 7월 14개주에서 치러지는 시장선거에 인간 시장 후보에 낙심한 시민들이 자신의 애완동물과 가축을 출마시키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는 당나귀가, 나야리트주 주 테픽에서는 닭, 푸에블라에서는 고양이, 오악사카시티에서는 개가 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리스처럼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멕시코 국민은 사회 여러 공익집단 중 정치인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뽑기도 했다.
차모로는 “모리스의 지지자 대부분이 부패 정치인과 부정 선거에 지쳐 있어 모리스가 기존 사회의 불만을 표출하는 촉매제가 됐다”며 “처음부터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 후보가 없으니 고양이에게 투표하라는 것이 우리의 메시지였고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모리스는 동물 보호소와 고양이 애호가들에게 선거운동 스티커와 티셔츠를 팔아서 모은 돈을 기부하겠다는 기발한 공약도 내세웠다.
모리스는 웹사이트,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에선 5명의 인간 후보보다 인기가 있다.
베라크루즈주 선거위원회는 지난주 유권자들에게 고양이에게 투표해서 자신의 표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캐롤리나 비베로스 선거위 위원장은 지난주 현지 언론에 유권자에게 투표용지에 등록된 후보자에게만 투표하라고 당부하면서 “모두 소셜미디어에 표출된 시민의 의견이며 나도 이 의견을 존중하지만, 등록된 후보자에게만 투표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모리스의 선거 운동을 펴고 있는 차모로 등은 투표용지에 모리스의 이름을 적어넣거나 고양이 얼굴을 그리는 방법 등으로 모리스에게 투표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멕시코시티=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