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30 07:40 (화)
[자청비](139) 돼지 멱따는 소리
[자청비](139) 돼지 멱따는 소리
  • 문성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4.04 07: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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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탁
문성탁 시인
▲ 문성탁 시인 ⓒ뉴스라인제주

짐작건대 8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제주도 시골 동네에서 “꽤-액-꽥 !!” 돼지 잡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는데 잔치나 상갓집에 쓸 돼지를 마을이나 집에서 잡을 때 나는 소리로

젊은 세대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형태의 도축(屠畜)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대체로 묵인해 주는 분위기였다. 별다른 소음도 없던 조용한 시골 동네가 진동하였으며 그 소리는 요란하기 짝이 없었고 어릴 적에 그 비명은 공포스럽기도 했다.

아무튼 한 마리 돼지의 희생으로 여러 가지 음식 문화가 생겼는데 제주에 오게 되면 즐겨 찾는 음식 중에 돔베고기, 고기국수, 몸국 등이 그렇다.

손님들 접대 상에 올릴 수육을 삶고 난 국물을 바탕으로 모자반(몸)과 여러 부속물을 섞어서 푹 끓여 놓은 게 몸국이고, 국물에 국수를 삶아 넣으면 고기국수, 지금같이 여러 가지 그릇이나 쟁반 등이 협소했던 시절 꾸밈없이 도마(돔베)에 고기를 썰어서 그대로 먹었던 게 지금의 돔베고기다.

지금은 여러 가지 식재료와 음식이 넘쳐나지만, 그 당시에는 고기 한 점 과일 한 조각도 귀했던지라 고기를 삶은 국물까지 버리지 않고 최대한 활용해서 조리해 먹었던 것이 지금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조미료라고 해봐야 소금, 간장, 된장, 미원, 고춧가루 등이 전부였던 그 당시 배춧잎 넣고

전갱이를 넣고 끓인 각재기국과 갈치에다 호박을 넣고 끓인 갈칫국 등 여러 가지 조미료를 가미하기보다는 순수한 재료의 맛을 살려서 조리한 음식들이 부담 없이 소화도 잘되고 개운해서 즐겨 찾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별다른 식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간소하게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이 지금은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주 여행에 목적을 묻는 설문에 맛집이나 멋진 카페를 찾아가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보다도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제주의 향토 음식은 위에 소개한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메밀 등 로컬 푸드를 이용한 여러 형태의 곡물을 조리한 음식들, 옥돔뿐만 아니라 자리, 우럭, 어랭이 구이 등 열거하자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제주의 음식 맛을 접하고 싶으면 유명하다는 곳만 찾아다닐 게 아니라 현지인들한테 물어보는 것이 정확하다. 현지인 중에도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고 가야 진짜 현지 맛집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음식이 넘쳐나는 지금은 배고파서라기보다도 즐기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데 다양한 제주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고 제주다운 맛을 체험하는 다양성 있는 식사로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제주의 맛과 향에 즐거움을 더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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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빛 2024-04-04 17:42:17
제주 향토음식의 특유성을 알게되었네요.
재료 특유의 맛을 살리는 음식들이 요즘엔 웰빙으로 각광받고 있지요.
건강한 먹거리가 많은 제주에서 좋은 글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리오 2024-04-04 12:15:27
제주 관광객으로 섬에 왔을 때 몸국 이란 걸 처음 먹어봤어요.
이름도 생소하고 맛도 알 수 없는 맛,
그때가 생각납니다.

실비아 2024-04-04 12:00:25
사 오십년전의 제주 모습은
추억담으로 전해져 오고
지금 이곳 제주에서 살고 있는것이
신기합니다.
누가 불렀을까요...
바람의 인연이라고 할 수 밖에요

제주도민 2024-04-04 08:18:49
옛부터. 조냥정신(아끼고 절약하는법)이 몸에배인 것이 현생활에 그대로 실천이 된것이 해먹는 음식또한 그렇게 전승이 되어온것이지요. 지금에야 모든것이 풍족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쳐다도 안보는 햄이 처음 등장했을때는 결혼식때 신랑상 신부상에 올라간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리 멀지않은 시절에 겪었던 풍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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