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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5) 호끌락카페
[자청비](15) 호끌락카페
  • 박미윤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6.1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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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윤 소설가
박미윤 소설가
▲ 박미윤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우리 동네에는 유명한 빵집 겸 카페가 있다. 빵집이 문을 열기도 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날의 재료가 다 소진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헛걸음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쉬운 그들은 네모 모양의 간판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고 간다. 렌터카들이 빵집 앞에 많이 주차하는데 내 앞에 달리던 렌터카가 깜박이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주차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뻔한 이후로 그 빵집 앞을 지날 때는 조심하는 게 일이 되었다. 그럴 때면 돈은 카페에서 벌고 우리는 교통혼잡의 불편을 감수하는구나, 짜증만 밀려왔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작년에 우리 동네에서 광령1리로 올라가는 길목 쪽에 ‘호끌락카페’라는 키즈카페가 생긴 것을 보았다. 광령1리 골목골목마다 카페가 많이 생긴 것을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카페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주 곳곳에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났고 대부분은 외지 사람들이 창고나 빈집을 개조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가 많았기에 ‘호끌락’도 그런 곳 중 하나일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호끌락 카페’에서 광령 역사 사진전을 한다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기에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가게 되었다. 내가 찾아간 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사진 판넬들이 뉘어져 있었다. 카페 안에도 사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안으로 들어가 봤다. 뜻밖에도 카페는 광령이 고향인 후배가 지키고 있었다. ‘호끌락카페’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광령1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였다. 지금은 초창기이고 코로나로 인해 수익금이 별로 없다고 했다.

‘호끌락’에서는 자체적으로 사진전을 기획하고 오카리나 수업을 카페에서 열고 그 수강생들이 오카리나 연주회를 갖는 등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웃 마을 주민인 나조차 카페를 마을에서 운영한다는 걸 처음 알았기 때문에 홍보면에서는 더 신경써야겠지만 마을 주민들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거기를 나오면서 몇 년 전 다녀왔던 대만의 스펀 마을이 생각났다. 스펀은 대만이 일본지배하에 있을 때 석탄 매장량이 많았던 탄광마을이었다. 그러다 석탄 채굴이 끝나자 인부들이 빠져나가고 몇 집만 남은 텅 빈 곳이 돼버렸다.

스펀이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이유는 천등체험 때문이다. 스펀 마을에 갔을 때 4인 1조가 되어 천등 사방에 기원을 적고 기름 부적을 태워 천등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나는 천등 체험 후 저 천등들이 화재의 위험은 없을까, 환경오염 문제는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대만은 기후가 습하여 불이 날 염려가 없고 그것을 입증하듯 지금까지 한 번도 화재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바람의 방향을 잘 봐 두었다가 천등을 수거해온다고 한다. 천등에 쓰였던 철사를 수거해오면 천등 가게에서 그것을 다시 돈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가게 수입뿐 아니라 그것으로도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스펀에서 배운 것은 관광지가 된 마을이 마을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면에서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과 옛것을 허물지 않고도 관광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도 잡힐 테고 관광객이 많아지면 그 지역에 생기가 돌고 지역 활성화가 될 것이다. 지역공동체 사업이 마을 주민들과의 화합은 물론 경제적인 도움까지 줄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한다. 이제는 우리 동네에 있는 빵집겸 카페도 교통혼잡의 주범이라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보다 잘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과 유동인구에 힘입어 ‘호끌락카페’도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줄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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