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제주도에는 같은 이름의 오롬들이 많은데 민오롬도 그렇다. 민오롬은 ①제주시 오라2동 산28, ②봉개동 산64번지일대, ③조천읍 선흘리 산141, ④구좌읍 송당리 산156, ⑤남원읍 수망리 158번지에도 소재한다. 그중에 봉개동 민오롬은 절물자연휴양림(대나오롬) 길 건너(5.16도로)에 있다. 민오롬 주차장은 ‘사려니숲’ 북쪽 편 주차장이 폐쇄되면서 함께 이용하고 있다-사려니숲 동쪽 주차장은 붉은오롬 남쪽 남조로 상에 위치하고 있다.
무네(봉개민)오롬은 해발651m, 표고136m, 둘레3,433m이다. 무네오롬의 높이는 제주시 59개 오롬 중에 11째이나 오롬 둘레는 어승생5842m, 고냉이술4310m, 개오리3504m에 이어 4번째이다. 민오롬은 동쪽으로 보면 바농오롬-족은지그리-큰지그리가 연달아 있고 북쪽으로는 큰대나-진물오롬-거친오롬으로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큰대나-족은개오리-셋개오리-개오리-성진이오롬 들과 맞닿아 맥을 이룬다.
이 오롬은 아직까지 봉개동 민오롬이라고 불려왔다. 민오롬이라 불린 것은 이 오롬이 산 위에 나무가 없어서 민머리 같다고 하여서 민오롬이라 불렸다 하나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지금 상태에서 나무가 빽빽하니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필자가 보건데 이 오롬은 한라산 중턱에 있는 오롬이라서 애초에 민머리로 있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오롬은 한라산 중턱이라서 이곳까지 소나 말을 키우기 위해서 목초지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리라. 동네 소들이 풀을 뜯으러 올라올 수 있으나 봉개동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한라산 중턱이라는 것, 제주에서는 소나 말을 키우는 곳이면 어느 마을이나 방애불을 놓아서 진드기(어애)를 방지하기 위해 온 산과 들을 불태웠다. 그런데 여기는 사려니숲, 한라산 오롬의 숲들로 연결되어서 방애불을 놓기 어렵다. 그래서 민대가리일수가 없을 것이란 말이다.
이 오롬은 본래 무녜-무네-무녀오롬 등으로 불러졌다, 무녀巫女는 한국어로는 무당巫堂이라는 말인데 제주에서는 애초에 ‘무녀=무당’이란 말이 없다. 제주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한다. 한국어에서 심방尋訪(찾을 심, 찾을 방)이라는 말은 기독교에서 ‘성도의 가정을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제주도 교회들은 ‘심방尋訪’이라 쓰지 않고 ‘방문訪問’이라고 쓴다.
또한 제주에는 ‘무녜’란 말이 없으니 ‘무네’가 맞을 것이다. ‘무네’는 ‘무늬’라는 말의 한국어 방언으로 영호남, 충청, 중국 길림성, 흑룡강성에서 사용한다는데 일본어에서 むね(발음mune)는 ‘가슴=유방広ひろい胸むね’이란 뜻으로 가슴(유방)이 큰 여성(胸むねの大おおきい女性じょせい)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라 한다. 일본어는 본래 고구려어의 일본방언’이 하듯이 사라진 고구려가 지금도 쓰인다. ‘무네’는 잃어버린 만주고어로 중국 길림성-흑룡강성에서 ‘가슴=유방’이라 쓰이던 말일 것이다.
앞서 필자가 ‘물영아리’를 소개할 때 물영아리-마른영아리나 물장오리-태역장오리-개오리의 ‘오리’나 ‘아리’는 ‘ᄋᆞ리’에서 나온 만주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한라산 중턱의 오롬들은 아직도 만주어가 남아 있다. 이에 비하여 말 먹이던 해안 가까운 곳은 몽골의 100년 지배역사가 제주어 속에 많이 잠재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만주어의 ᄋᆞ리나 몽골어의 ‘오로~ㅁ’이 제주어 ‘오롬’이라는 말이 되었다. 결코 한국어 ‘오르다’(동사)+ㅁ(미음)=명사화 되어 ‘오름’이라는 말이 되었다 함은 전혀 다른 말임을 알아야한다.
필자가 올린 두 개의 사진 중 ‘북쪽(대나오롬)에서 본 무네오롬’과 ‘남쪽(주차장)에서 본 무네오롬’ 사진을 비교해 보자. 또한 무네오롬을 실제로 탐방해보자. 동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분화구)는 남북 두 개의 큰 봉오리로 싸여 있다. 두 봉우리는 전혀 다른 봉우리임에도 희한하게 두 봉우리는 한 봉우리처럼 똑 같이 처자의 가슴을 닮았다.
한라산 중턱 가까운 곳은 식물의 종류나 분포가 비슷하다. 특히 대나(절물)오롬과 무네(민)오롬은 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는데 전혀 다른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대나오롬에 있는 벚나무가 무네오롬에는 찾을 수 없고 고로쇠나 섬단풍도 극소수이다. 그러나 대나오롬에 비하여 산딸나무와 때죽나무가 대다수다. 그리고 대나오롬에서 보이지 않던 으름열매, 구지뽕열매가 꽤나 많이 보인다. 아주 특이한 것은 한라돌쩌귀라는 들꽃이다.
한라돌쩌귀는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특산으로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초본류다.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서 9월에 피어나는 파란빛 들꽃으로 한라바꽃, 섬초오라고도 부른다. 투구꽃과 비슷하고 같은 과인데 제주에는 투구꽃이 없고 육지에는 돌쩌귀꽃이 없다. ‘그리움’이라는 꽃말처럼 한라돌쩌귀는 파란 족두리 속에 그리움이 잔뜩 웅크려 있는 듯하다.
신기한 것은 같은 날 데나오롬을 탐방할 때 딱 두 그루가 보여 반가워서 “야, 한라돌쩌귀다!”하고 큰 소리 치며 이리보고 저리보고 사진 찍었는데 길 건너 무네오롬에는 온 천지가 파란빛 한라돌쩌귀였다. 아마도 무네오롬을 먼저 올랐다면 대나오롬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대나오롬은 ‘절물오롬’이라 하는 만큼 수분이 많아서 물봉선이 많다. 그러나 양지에서 피는 한라돌쩌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절물 데나오롬은 습하여 눈 속에서 피는 복수초가 많은 반면 무네오롬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무네오롬 정상인근 양지 바른 곳에는 철쭉꽃이 많이 피나 대나오롬과는 비교된다. 또 다른 것은 대나오롬에는 억새가 흔치 않으나 무네오롬 등성이를 걷노라면 어느 곳보다 붉은 산딸열매와 바람 부는 능선에 나부끼는 억새는 다른 오롬과 비교되는 또 다른 맛이다.
웬만하면 봄이나 가을이나 두 오롬을 하루에 탐방하며 서로 다른 모양과 식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산행에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무네오롬, 그 고운 자태도 좋지만 산상에서 바보는 한라산, 그리고 제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한라산을 연이어 오르는 첩첩 봉우리들을 바라보자. 이 가을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무네오롬을 올라보자.
사람들이 민오름 이라고도 부르는데
일설에 이는 목축으로 민둥산이 되어
그리 부른다는 말도 있으나
무네오름이 한라산 중턱에 있는것을
감안할 때 목축이 불가함으로
그리 해석하는 것은 옳지않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바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네오름에 피는
여러 작물과 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러한 식물 분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입니다
이번 글의 마지막 단락에 온려진
한라돌쩌귀 사진이 아주 인상적 입니다
다음 연재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