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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김기덕,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다 정답입니다
챔프 김기덕,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다 정답입니다
  • 나는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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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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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에서 무거운 박스를 짊어지고 다니던 열다섯 살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김기덕(52)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농업학교에 진학한 김 감독의 최종학력은 중졸이다. 서울 구로공단과 청계천에서 공장생활을 하며 노동자의 삶을 살던 그는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지 16년 만에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을 따냈다. 더욱이 프랑스 칸 영화제, 독일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거둔 성적이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이 상에 가장 깊은 축하를 해주는 분들은 소리 없이 나를 지지해준 영화 관객들이 아닌가 싶다. 뿌듯하고 행복하다"면서 "외국에 나가면 '당신 영화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고 유럽이나 러시아 등에서만 인기가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꼭 받는다. 그러면 나는 '아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만큼 한국에도 내 영화를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다'고 말한다. 진심이다.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김 감독은 8일 베니스 리도 섬 엑셀시오르 호텔에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으로 호명되자 시상대에 올라 '아리랑'을 불렀다. "원래는 애국가를 아리랑 곡조에 맞춰 부르려고 했는데 영 이상했다"면서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부르는 게 우리의 아리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베니스에서 아리랑의 의미가 뭐냐고 묻더라. 한국인의 아픔과 기쁨과 슬픔이 담긴 가슴의 표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악마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겪는 혼란과 잔인한 비밀을 담은 '피에타'에 대한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이 영화는 극단적 자본주의 영화라고 말했다.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이 안에는 가족, 복수, 믿음,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이 깔려 있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돈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돈 중심의 사회가 되는 게 슬펐다. 영화 같은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베니스에서 영화가 상영되자 10분 동안 기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영화를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이 흥분하면서 영화제를 운영하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 언론에서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산사태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는 표현을 썼다. 나와 배우들이 길을 못 다닐 정도였다. 또 많은 분들이 우리 영화가 황금사자상 감이라고 말해줘 부담이 컸다. 이렇게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정말 아플 텐데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현실이 됐다. 이 기회로 이 영화가 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감독은 "욕심, 애정이라는 불씨가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그게 약이었고 '피에타'를 만들 수 있는 소재였다. 유럽에서 놀란게, '피에타'의 주인공으로 3명을 꼽았다. '돈'을 포함시킨 것"이라면서 "이 영화는 돈 때문에 벌어지는 관계 파열이다.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돈의 가치, 돈에 집착하게 되는 모습을 공부했다. 잘 쓰면 약이지만 못쓰면 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남루한' 패션은 반전효과로 이어졌다. 알고보니 위 150만원대, 아래 60만원대, 그리고 신발은 30만원대였기 때문이다.

 

 

"KBS 2TV '두드림' 녹화를 가려고 집에서 옷을 찾았는데 땀에 전 티셔츠와 면바지밖에 없어서 인사동에 갔다. 길을 헤매다가 옷가게가 보여 무작정 들어갔다. 파스텔 톤의 침전된 색을 좋아하는데 속으로 10만~20만원 할 거라는 생각으로 옷을 고르고 직원에게 옷을 살 것처럼 얘기했다. 이 옷이 여자옷인지도 몰랐다. 직원도 아무나 입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손님 중 한 분이 내가 찍은 옷의 가격을 물었는데 직원이 150만원이라고 말하더라. 산다고 말은 했고 '두드림' 갈 시간이 돼 옷을 샀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열리는 영화제에는 다 이 옷을 입고 가야한다. 이 신발은 지난해 칸영화제 끝나고 샀다. 하루도 안 신은 날이 없다. 세계 영화제를 가고, 1년 동안 가야하는데 이 정도 가격은 용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김 감독은 10일 e-메일을 통해 통합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문재인(59)씨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문재인이 고름이 가득 찬 이 시대를 가장 덜 아프게 치료할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재인의 국민이 돼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할 뜻은 없을까. "내 인생에 배움을 주는 세 분이 이창동 감독님, 손석희 교수님, 그리고 문재인이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지 않았다. 그분의 캠프까지 가면 내 건강하지 않은 삶 때문에 피해가 될 것 같다.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기도 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차기작 계획을 전했다. "다음 영화도 대중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니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10월 남북 이야기를 담은 '붉은 가족' 촬영에 들어간다. 대기업 투자를 받지 않고 아무 도움 없이 제작할 거다. 가장 큰 제작비는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시나리오다. 대기업의 돈이 아니다. 멀티플렉스가 당당히 경쟁했으면 좋겠다."

김 감독은 2000년 '섬'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입성한 이래 2001년 '수취인 불명', 2004년 '빈집'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이번 '피에타'로 네 번이나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과 은사자상, 황금사자상을 받는 위업을 이뤘다. '피에타'는 비공식상인 '젊은 비평가상',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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