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선 시인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라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민들레 꽃잎 속에서 화장하는 여자
-박양선-
민들레 꽃잎 속으로 노을이 질 때
그녀는 노을 속에서 화장을 하고, 25시 편의점으로 출근을 한다.
계산대 앞에 앉아 졸다가
드나드는 사내들을 스캔하고,
그 사내들의 구릿한 냄새를 스캔하고,
그 냄새 속 어른거리는 분홍빛 립스틱을 스캔하고,
스캔하며 웃고,
노랗게 웃고……,
때로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스캔하는 여자.
노을이 진다. 민들레 꽃잎 속으로 노을이 진다.
화장을 마친 한 여자가 출근을 한다.
-민들레가 피었다.
후미진 언덕 달동네 계단 틈에 피었다.
가난과 기침은 숨길 수 없다.
기미를 딱분으로 꼭꼭 누르고 출근을 한다.
노랗게 웃고 웃으며 밤새도록 계산대를 떠나지 못한다. [글 양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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