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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03)구겨진 종이가 멀리 날아간다
[현달환 칼럼](103)구겨진 종이가 멀리 날아간다
  • 현달환 기자
  • choin@newslinejeju.com
  • 승인 2017.03.1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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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종이가 멀리 날아간다

                          초인 현달환

너의 삶에서
손을 털며 막판이라고
가래침을 뱉으며 종착역이라고
미로처럼 구겨진 자존심이라고
풍파에 찌든 인생이라고
쉽게!
포기!
하지!
                           말자! 라는 구겨진 종이가.

너의 꿈에서
조금 비켜간다는 사실에
이미 구겨진 인생,
회복하기 힘든 일이겠는가
털자!
다시!
시작!
                               이다! 라는 구겨진 그 종이가.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살얼음판을 걷다’라는 표현을 우리는 종종 쓴다. 살얼음이란 얇게 살짝 언 얼음을 말한다. 즉 위태위태하여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몹시 불안할 때 그런 표현을 쓴다.

우리는 늘 불안한 마음에서 삶을 살아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상대방은 늘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인다. 나만 불안하고 불행하고 밑바닥인가 하고 생각하며 자학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바라보는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이는 누구나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두 발로 발바닥을 땅에 완전히 내딛고 걸어 다닌다는 것은 불안한 마음이 없다는 반증이다. 지금 당신이 발뒤꿈치를 들고 걷지 않는다면 ‘아, 나는 불안한 마음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이 지금 불안하고, 나라가 불안하고 사회가 불안하고 가정이 불안한 지금, 길을 걷다보면 쓰러져 있는 나무가 있고 동물들이 있고 무언가 있다. 그러나 그 쓰러져 있는 모든 것은 곧 또 다른 무언가에 의해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쓰러지면 안 된다. 쓰러지면 최종적으로 미생물에 의해 좋은 먹잇감이 되어 자신의 존재는 사라진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정녕 사는 게 힘들어도 일어서고 뛰어가고 걸어가야 한다. 다시 시작이다.

우리들 마음에 ‘다시’라는 의미는 곧 ‘힘’이다.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가, 우리 이웃이, 우리 가정이 ‘다시’ 라는 말로 일어선다면 세상은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지고 꿈을 갖게 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가는 지, 종이를 한번 구겨서 던져봤다. 조금 멀리 떨어졌다. 구겨진 종이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에너지, 힘이 숨어 있다. 그 힘 때문에 멀리 가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에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에 상처가 난다고 쓰러지면 그것은 배신이다. 나를 귀하게 만들어준 부모님과 내 자신에 대한 배신이다.

세상은 또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이 반드시 한번은 남아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믿음으로 살아가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서서히 풀려가는 날씨는 우리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날씨처럼 변덕이 심한 것은 없지만 우리들 마음속에 강한 자존심 하나 숨겨 두면 어쩌면 세상은 늘 너그럽고 편안하고 당당하고 평화롭지 않을까.

지난봄에 입었던 옷을 입으려고 했더니 주머니 속에 배추 한마리가 숨어 있었다. 그런 기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만원의 행복. 구겨진 자존심이 치유될 수 있을까마는 그나마 그런 기쁨을 한순간 갖게 했다.

오늘따라 사무실 시계바늘이 바삐 돌아간다. 다른데 눈을 돌릴 새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한 덕에 3월이 벌써 반이 지나간다. 이제 시간보다 앞서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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