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맛있다
-초인 현달환-
잘 익은
가을 하나 잘랐더니
백향 같은 맛
모과 같은 맛
레몬 같은 맛
앵두 같은 맛
진짜
가을은 어떤 맛일까
젓가락으로
푸욱 찔러 먹어 보니
가을이
참
맛있다
사람들은 가을에 나오는 과일을 다 얻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가을이라고 해도 비닐하우스에서 사계절 과일들이 나오는 세상이라서 과거처럼 손꼽아 기다리면서 과일을 먹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렇듯 정말 가을은 풍성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풍성한 계절에도 우리가 실컷 웃으면서 먹지 못하는 것은 물가, 즉 과일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좋은 과일을 먹고 싶은 마음에 선뜻 고르면 가격이 비싸서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풍성한 세상이지만 그 풍성한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한계, 삶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연유로 가을은 풍경으로 맞이해야 한다. 가을이란 풍경에는 풍성한 과일, 넉넉한 마음과 여유가 있다는 것. 그 인정으로 맞이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일 하나 먹지 못한다고 하면서 가을을 탓하다보면 스스로 비참함이 감도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잘살고 있지만 사실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다.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이 복지의 힘이지만 서로의 양보와 배려심이 부족한 이 사회에서 그것도 잘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살기도 힘들지만 살아가기도 힘들다.
가을이면 우리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희망의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여름의 잔 때를 씻을 수 있는 저 파아란 하늘의 고운 빛으로 살아갔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