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6 21:49 (월)
[현달환 칼럼](57)나는 택시드라이버이고 싶다
[현달환 칼럼](57)나는 택시드라이버이고 싶다
  • 현달환 기자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8.11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택시드라이버이고 싶다

-현달환-

부릉-하고 꿈을 찾아 달리고 싶다.
홀로 얼음 같은 사회에서 마지막 낙오자가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는 고사하고 손 벌리지 않을 정도
청춘이라는 문화의 거리에서
마지막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
우연하게 만나는 이에게서 듣는 삶속에
빌어먹을 정치가 어쩌면 어지러운 세상일지라도
꼬깃꼬깃한 지폐 한 장에 감사함을 알고
어린 눈망울의 여식을 상상하며
가족의 따뜻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인간사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모시는 것은 아름답다

잇님들이 외치는 그 아픔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하는 여유와 상처를 달래주는 위로와
고개를 끄덕이고 동조하는 행위에
교통의 주범인 병목흐름을 소통시키는
철학적인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미친놈처럼 예술(?)에 뛰어난 자질은 아니라도
가끔 노래와 각이 있는 춤을 추며
사각의 택시 안에 그나마 둥그런 운전대를 두드리며
둥그런 바퀴를 굴리며
바람처럼 뜨겁고 가볍고
오, 거칠고 부드러운 사람
어쩌면 모든 것으로부터의 병풍이고 싶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숨어있는 만인의 연인처럼
누구나 타고 내리는 택시드라이버가 되고 싶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을 넘어
우주만큼 큰 세상을 알고 싶다
세상의 눈물을 찾고
세상의 그늘을 치우고
세상의 등불이 되어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는
누군가의 꿈을 위해 달리는
택시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

헤이, 택시는 많은 사연이 담아 있는
수수께끼 상자, 나는 요술사
비로소 그대의, 탈출구가 되는 마지막 사람, 마술사가 되고 싶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젊은 시절, LA를 갈 기회가 있었다. 내가보기엔 LA는 사실 영어를 몰라도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영어를 좀 해두면 편하지만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정착하여 한국말로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거기서 택시를 탈 기회가 있었다. 택시는 아주 깔끔하고 깨끗했다. 그런데 그 드라이버가 나이든 분이었다. 당시 나이로는 외관상 노인이었다. 몇 마디 물어봤는데 나이 들어 운전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운전하는 것이야 건강만 하면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게 운전이다 싶어서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났는데 나중에 와서 돌이켜보니 운전을 하는 데 여유가 아주 있었다는 것이었다. 운전을 함에 있어서 아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을 보고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서 종종 LA에서의 기억이 비교되기도 하였다. 외국에서의 운전은 양보운전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사고는 나고 있지만 운전은 확실하게 양보운전을 하고 있었다.
부러운 운전 습관이었다.

대한민국은 운전대를 잡는 게 너무 쉽게 되어 있어서 중국에서까지 원정을 와서 면허도 따고 하는 걸 종종 보아왔다. 외국에서는 2-4년 정도 걸리는 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했다가는 난리가 난다. 운전은 사실 습관이다. 나도 운전은 성급한 편이라 옆에 앉아 계시는 분들은 불안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달리고 있다. 고쳐야 될 습관이다.

택시드라이버가 되고 싶은 이유는 며칠 전 서울에서 택시를 타면서 나이 드신 분이 기사였는데 요즘에 직장도 어려운데 택시 타는 것도 좋다고 했다. 수입도 좋지만 나이 들어서 택시타면 세상이야기 하면서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나 역시도 택시 타는 게 신이 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택시를 타서 이웃주민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면서 모셔드리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택시기사 분들이 요새 힘들다고 한다. 과거엔 술을 마시거나 하면 전부 택시를 탔는데 요즘은 대리기사 분들이 있어서 손님들을 많이 빼앗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 수입도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어떤 분은 그런 연유로 택시 기사가 요새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그런 직장도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요즘처럼 불황인 시대에 택시기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살면서 매력 있는 택시기사를 본적이 없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은 3초면 판가름 난다고 하는데 불행하게도 제주에서 택시를 타면서 인상적인 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많은 기사 분들의 모습이나 대하는 말투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 분들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게 인상적으로 친절이나 배려를 한 분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그분들이 배려와 관심을 정성스럽게 했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면도 있으리라.

그러나 조금만 더 친절과 관심과 소통을 한다면 전국에서 최고의 택시드라이버들이 제주에 탄생하지 않을까. 관광객들이 소문이 난 택시기사 분들의 친절에 제주에서 택시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가슴 벅찬 일이 될 것이다. 안전하고 친절하고 소통을 하는 택시드라이버들이 최고 드라이버인 것이다. 나의 소박한 갈망이다. 택시드라이버는 그 도시의 얼굴이요 서비스업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만약 드라이버가 되면 어떨까 하면서 오늘을 마감한다. 가끔은 자가용 놔두고 택시도 타는 날도 만들어보자. 우리는 누구나 친절을 베풀고 꿈꾸는 택시드라이버가 될 자격이 있다. 힘든 일도 많지만 ‘오늘도 무사히‘ 라는 전면에 붙여놓은 글귀를 보면서 저것은 사고에만 국한된 기도 글귀인데 하고 생각해본다. 아무 일도 없다면 그것은 죽은 인생일 것이다. 오늘도 축복된 삶을 위하여, 많은 일들이 있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가끔 이 땅의 모든 택시드라이버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