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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56)고픈 시
[현달환 칼럼](56)고픈 시
  • 현달환 기자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8.0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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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픈 시

-초인 현달환-

허기진 창자에서도 피어나는 시詩가
무척이나 고파
국國 선생을 찾아
시詩 있나요? 여쭈니
시 없다고 하기에
투덜투덜
빈손으로 왔어

빈 방에 엎드려 뒤척이며
잡생각과 놀다가
기억 너머 서 있는 너,
환형이 물끄러미 사라지니
웬 시詩가 보였어
눈에서 멀어져 멀리 있다
바람이 노크하는 소리에 덩달아
그 시詩가 꿈틀거렸어
창밖으로
빗물이 내리니 햐, 또렷하게 보였어
파란 쓰레기통에서 꺼낸 시詩는
하늘거렸고
고개 돌려
마지못해 쳐다보니 시詩는
둥둥 떠 있어

붉은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고
수도꼭지에서 물처럼 콸콸 쏟아졌어.

선생님,
이 시詩 받아요.
이 시詩 따뜻해요

눈물이 그치니
손바닥 위에 놓인 시詩가
점점 설탕처럼 하얗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지인知人이 내게 말했다. 나도 시인詩人이 되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이미 시인이라고.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는 사람은 시인의 마음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하고 싶다는 것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욕망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켰고 개인의 역량도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되고자하는 마음에 중요한 것은 그 마음속에 욕망이 있느냐는 것이다. 배부른 돼지가 새로운 꿈을 꿀 수가 없는 것처럼 무엇인가 ‘하고 싶다’라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제주에는 문화를 채울 수 있는 것도 많지만 그중에도 제주인 모두가 시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시인이란 누구한테 인증을 받아서 지금부터 당신은 시인입니다. 라는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시인이란 인증 그것에 목숨을 걸다보면 인생이 너무 허무할 것이다. 서툴지만 졸작이라도 자기의 현실을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면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내 감정 상태를 노래한 것을 타인이 아무리 도사님이라도 그때의 감정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를 직업적인 시인만이 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그 감정을 노래하여 제3자가 다시 그것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구나 시를 쓰고 시인이 되면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를 쓰는 이유는 인생을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 행복이 없다면 우리는 목숨 걸고 도전할 필요가 없다. 시를 쓰면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본인이 아니면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간혹 시를 쓰면서 어려울 때도 있다.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 후에 느끼는 감정은 최고점에 달하는 것이다.

주위에 ‘시를 쓰세요!’ 하면 ‘저는 못써요!’ 라는 답변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아이한테 공부해라!’ 라고 말하는 데 ‘저 공부 못해요’ 하면 안 좋은 것처럼 시라는 것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최고의 아름다운 함축의 감정을 표출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소소한 글들을 써본다는 것은 마음이 선해진다는 것이다. 어릴 적 소년 소녀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그 순간은 악해지지 않았던 것처럼 선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민이 모두가 시를 쓰는 사람, 시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나 자기가 쓴 시를 노래하면서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 만남의 시간도 갖는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배려심이 좋아지고 범죄가 많은 요즘, 선한 사람들이 많아져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인의 도시! 제주를 만들어 전 세계에서 대문호들이 제주를 찾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번 제주도에 사라봉과 도두봉에 제주도 시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작품을 만들어 365일 전시하는 시인의 산책길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제주문인협회와 작가회의가 각각 전시공간과 교육장을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2개의 장소에 만들자는 계획) 제주도민의 생활과 밀접한 곳과 근거리인 관광지에 제주도민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준다면 누구나 시인이 되려고 꿈꿀 수 있고 전국에서 시인의 동산을 구경하고픈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의 자연경관에 문화를 덥히는 것은 지도자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알레스카를 러시아에서 720만 달러라는 저렴한 값에 구입한, 1867년 10월 19일, 윌리엄 슈어드 미국 국무장관의 탁월한 선택(?)(물론 당시엔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으로 지금은 어마마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제주도의 문화와 불후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선 선견지명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문화라는 개념은 현재 자연경관이라는 포장지에 묻혀 아주 빈약하다. 아니 어쩌면 더욱 더 풍성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경관에 대한 홍보로 인해 실속의 이야기들이 묻혀있다는 것이다. 이제 제주는 자연경관의 포장지를 뜯고 실속 있는 문화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제주도민이 모두가 시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기 저 하늘에서 바다에서 길 위에 숲속 나무에서 시들이 나오고 있는 데 그 시를 잡을 사람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제주詩 여러분!(칼럼 제목을 제주市가 아니고 시詩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이제 누구나 시인이 되어보자. 시인의 눈으로 시인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살아보자. 때론 더운 아스팔트길을 녹일 수 있는 불도저 같은 마음으로도 살아보자. 고픈 시가 만족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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