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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95)박중흠 교육장 등장
[현태식칼럼](95)박중흠 교육장 등장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2.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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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어느날 교육장이 바뀌었다. 새로 부임한 교육장은 우리의 주장이 옳지만 제주시는 단일 학구제여서 당장 시행할 수 없고, 신제주초등학교 졸업생만 중앙중학교에 진학시키도록 하는 것은 특혜이므로 모든 시민이 이해가 되는 보편타당한 방안을 창안하여 도교육청에 요청하면 도교육위원회에서 가결이 되야 비로소 시행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오래 대화를 하다보니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결국 박중흠 교육장의 결단에 의하여 시교육청에서 계획한 안은 다음과 같았다.

제주시의 관덕정을 중심해서 동서남쪽에 위치한 중학교에 인근 동의 자녀를 본인의 희망에 의하여 진학하도록 한 방안이었다. 노형·신제주교 축신은 중앙중에, 외도·도두교는 제주중에, 오라·아라교는 제일중에 삼양·화북·봉개교는 오현중에 희망하면 진학하고 희망하지 않으면 추첨에 의한다.

시의 중심에 위치한 서교, 북교, 남교, 동교, 일도교, 광양교 졸업생은 추첨에 따라 해당 중학교에 진학한다. 이렇게 누가 보아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획서를 작성해서 도교육청에 공문으로 발송하였다. 그 공문이 높은 곳에서 내려온 공문이었으면 그날로 시행하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학구민의 요구에 의한 공문이니 가볍게 생각하였는지, 하급기관이 높은 기관에 감히 요구했다는 생각에서 깔아뭉갰는지 모르지만, 두어 달 가깝게 하급기관인 시교육청으로 회신이 없었다. 봄이면 입학 시즌인데 겨울에도 무슨 결정이 없어 도교육청에 찾아갔더니, 공문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목청을 높여 시교육청에서 발송한 공문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되니, 문서 발송 접수대장을 보자고 강력히 따졌다. 그랬더니 공문이 계장 책상 서랍에서 나왔다. 국장, 과장에게 항의했으나 무성의한 대답뿐이었다. 여러 사람이 교육감실로 올라가려는데, 이번에는 수위가 양팔을 벌리며 가로막으며 어디서 온 누구이며 뭣하러 왔냐는 것이다. 우리는 신제주 사는 민원인이고, 교육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면담차 왔다 하고 대답하니, 수위가 “교육감님 외출중이어서 안계십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어리석으면 문전에서 쫓겨나게 될 판이다. 나는 벽을 보니 교육감이 계시다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렇게 어리석은 우리가 아니었다.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 보고 교육감님이 “일반시민이 오면 수위가 알아서 돌려보내라고 했느냐. 여기 온 사람이 할 일 없어 말썽피우러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 이 나라 교육을 잘 되게 하기 위한 애국심에서 다니는 사람이다. 저 불이 교육감님 계시다는 표시인데 당신이 왜 거짓말 하느냐”하고 따지니 수위도 할 말이 없고 더 막지 않아서 교육감 부속실에 갔다. 이번에는 부속실 책임자가 매우 친절히 맞이하고 좌석을 권하여 우리를 앉힌 다음 “무슨 용건입니까. 제게 말해주시면 다 처리해 올리겠습니다”고 한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제주도 교육의 총수인 교육감도 다 처리못하는데 부속실장이 다 알아서 처리해드리겠다는 호언을 하신다. 매우 불쾌했다. 그리고 목청을 높이고 말을 했다.

“제주도 교육을 잘 해서 제주도민도 잘되고 국가도 잘 되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감을 두었고, 그 교육감을 위하여 이 큰 부속실에 여러 명의 직원을 두고 교육가실을 마련하고 교육감 월급·판공비·정보비 지급, 고급관용차에 운전수 등 그 유지비를 막대하게 지출해야 된다. 이 돈이 온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 아닌가. 당신이 처리 다 하면 당장 교육감을 없애고 당신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하였더니 교육감실에서 누가 왔는데 그러냐며 들여보내라는 것이다. 힘없는 시민이 관청에 책임자를 만나기가 이 정도로 어려웠다. 그 시절엔.

교육감님 앞에 우리가 온 사유를 말씀드리고, “우리는 평소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교육청은 어떻게 하면 교육을 좀더 잘해서 훌륭한 국민을 양성해서 부강하고 격조높은 선진국을 만들까 노심초사하고, 머리 싸매고 연구하며 누가 무슨 묘안을 내놓아주지 않나 해서 귀 기울여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곳이 교육청이고, 그 총책임이 교육감님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 당하고 보니 아주 정반대입니다. 어떻게 수위실에서 막고 부속실장이 모든걸 다 들어서 처리해주겠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 교육감님도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다음에는 공문 이야기를 하였다. “시교육청에서 발송한 공문을 담당 계장 책상 서랍에서 장기간 잠자고 있는 이런 행정과 공문 처리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이며, 교육청 업무가 이래서 제주도 교육이 됩니까?”하고 물었더니 그것도 별 말이 없다.

“교육청 직원이 이 정도로 교육감님 지시에 불응하는 겁니까? 교육감님이 문서처리를 늑장 부려도 눈감아 주는 것입니까?”고 물었다. 세상에 살다살다 별 인간다 보겠네 하는 표정이었다. 감히 교육청에 와서 교육감에게 이렇게 신랄하게 따지는 시민이 있어본 적도 없고, 있으리라 예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때야 교육위원이 소집되면 의제로 삼아 그 결정에 의하여 처리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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