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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칼럼](85)음지가 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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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12.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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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연동지역은 뉴타운 건설 지역이다. 제주시는 시내 중심가에 인구가 팽창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고 관광시설지로 신도시를 개발할 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새로 밀감밭을 조성하여 막 수입을 올리던 밀감밭 주인들이 조직적으로 중앙으로 도청으로 도시개발 취소운동을 맹렬히 전개하였다. 또 신도시 건설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하여 도지사가 나타나면 연동 동민들이 거세게 집단항의를 하는 관계로 뉴타운 계획이 취소되어버렸다. 그래서 연동 토지값이 하락한 때에 나는 밀감원을 매입하였다. 만약 밀감밭이 아니고 불모지나 농토를 매입하였으면 거부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동산 투기나 부동산 장사를 할 생각이 없었고 부동산 거래에 대하여 깊은 지식도 없어 단지 휴양겸 해서 밀감원을 경영하고자 한 것인데 직접 해보니 특히 허리병 환자나 농약 알레르기 체질은 과수원 일이 부적합하였다. 밀감을 한해 수확하고 다음 해가 되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초도순시차 내도하고 중문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뉴타운 건설계획에 대하여 묻자, 관계관이 건설부장관이 중단하라 해서 신도시개발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박대통령이 “대통령 말보다 장관말이 우선인가?”고 반문하였다. 이렇게 되니 백지화된 도시계획이 급속히 다시 추진되어 이 법의 명칭은 ‘신제주 건설’이라 하였다. 이 계획은 79년부터 착착 진행되었다. 음지가 바야흐로 양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감귤밭도 도시개발 중심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환지에 의하여 740평을 배정받았다. 채비지라하여 요지는 다 시청에서 가지고 뒷골목은 지주에게 돌아왔다. 허나 나의 토지는 요지에 위치하게 되어 뒷골목이라도 가치가 있는 대지가 된 것이다. 많은 부분이 상업지역이 된 것이다. 이 환지가 날이 갈수록 값도 올라가고 위치도 괜찮으니 점포를 만들면 임대도 수월하였다. 이렇게 되니 사람들은 나보고 부자라 했다. 그랬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살아남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부터가 얼마 안 있어 죽으리라 확신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삼무공원 가까운 곳에 사는 신두학씨는 4·3사건 전에 같은 마을에 살았고, 나와 갑장이며 오라초등학교를 같이 다녔었다. 이 친구를 어느날 아내와 함께 귀가하는 길에서 만났는데 대뜸 “너는 다 죽는다고 소문 났는데 어떻게 여기 왔냐?”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를 아는 사람은 원근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다 폐병 걸려서 아니면 정신병자가 되어 머지않아 죽을거라고 소문을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죽지도 않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 중앙로에 점포짓고 연동에 밀감밭을 마련하니 정말 이외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 나는 옛날 내가 아니다. 너무나 다르게 가진 것이 옛날에 비해서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그 표현이 부자라고 하는 것이지 특별히 가진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환지가 나의 확실한 기본재산이 되어준 건 사실이다. 신도시 개발이 된다고 하자 나는 쾌재를 불렀다. 다시 사람과 어울리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비비고 살던 습관은 조용한 곳에서는 고독하고 적막하고 허무한 상념에 젖어 살아가기 힘들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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